유료방송정책 반발 부딪혀 권위 손상…창조경제혁신센터도 예산삭감
박근혜 정부가 식물 상태에 처하면서 어느 정부 부처보다 체면이 말이 아닌 곳이 미래창조과학부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들어 각종 ICT(정보통신기술) 정책의 관제탑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주요 정책 예산이 삭감되고 유료방송 정책 이 반발에 부딪히면서 권위에 손상을 입었다.
가장 큰 반발을 사고 있는 정책은 미래부가 10월 27일 공개한 유료방송발전방안이다. 미래부는 연내에 이 방안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 업계는 작심하고 해당 방향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케이블(SO) 사업 권역을 폐지하는 법안에 대한 저항이 거세다.
현재 방송법에 따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케이블 업체들은 78개 권역에 대해 허가를 받고 사업을 하는 상태다. 미래부는 이렇게 나눠진 78개 권역을 2020년까지 폐지하고 케이블 방송을 전국사업화하려 한다.
케이블방송TV협회는 11월 설명회와 지난 15일 국회 토론회 등 두 번의 행사를 통해 작심하고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한 케이블 업계 고위 관계자는 “권역 폐지는 SO간 경쟁이 아니라 SO와 IPTV 간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SO 일부에게 선심성으로 주는 듯한 내용이지만 사실은 SO를 무장해제 시켜서 IPTV에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에선 사업권역을 폐지하면 공정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허했던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공정위는 양사가 결합하면 CJ헬로비전 사업 권역 내에서 합병 법인 유료방송 점유율이 50%를 넘는다는 사실을 근거로 댔다. 따라서 권역을 없애면 인수합병 불허 근거가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케이블 업계는 미래부 계획대로 사업 권역이 폐지되면 IPTV가 SO를 인수해 지역 망을 장악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 당시 미래부가 무력했던 점에 대한 지적만 나온다.
한 케이블 방송사 임원은 “케이블 인수합병은 권역을 없앨 게 아니라 공정위가 심사 기준을 바꾸면 되는 문제”라면서 “당시 유료방송 시장 주무 부처인 미래부는 별다른 얘기를 안했다”고 강조했다.
2013년 정부 조직개편 당시 미래부는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하던 통신 주파수 할당은 물론 IPTV와 SO등 유료방송 정책 부분을 맡게 되면서 ICT 업계에서 중요한 분야를 총괄하게 됐다.
하지만 정권 말기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하는데다 미래부 결정에 대한 반발이 더욱 심해지면서 핵심 정책들이 추진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15일 토론회에서는 IPTV 사업자인 KT도 권역 폐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유료방송발전방안에 대한 정당성도 훼손된 상태다.
미래부 설립 당시 핵심적인 취지였던 창조경제 육성 정책도 흔들리고 있다.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던 주요 대기업이 정권 실세와 연루된 사건으로 국정조사를 받고 있는데다 국회에서 센터 관련 예산이 삭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연구기관이 많은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경우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충남 도의회 결정으로 다시 전액 반영됐다. 그러나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다시 4억원이 깎였다.
예산 문제가 아니더라도 일부 육성 기업들은 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센터 육성기업 대표는 “센터 지원 기업과 사업 협력을 하기 위해 대화 중이었는데 모든 게 중단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시민단체 사무국장은 “미래부에 계약직만 고용한다고 알려졌을 때부터 정권 임기가 끝나면 (미래부가) 없어질 거란 말이 돌지 않았나”라면서 “방송 정책은 방향성이 중요한데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급하게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