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뇌물죄 규명 위해선 공모관계 입증 주력 예상

국정농단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19일 오후 자신의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최씨는 이날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에 직접 출석해 자신에 대한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모두 뇌물죄 등 혐의 일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사실상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선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을 위해 두 사람 간 공모관계 입증에 화력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는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최씨는 예상을 깨고 법정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독일에서 왔을 때는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는 생각이었고 (검찰에서) 새벽까지 많은 취조를 받았다"며 "이제 (재판에서)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다"고 말해 향후 법정에서 무죄 주장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최씨 법률 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도 "검찰 공소사실 중 8가지가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 전제가 되는 공모가 없기 때문에 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최씨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기소됐지만 뇌물죄에 대해선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최씨가 모금에 대한 일련의 혐의를 부인한 만큼 뇌물죄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는 앞서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일부 이익을 봤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정농단은 자신의 조언을 반영한 대통령의 잘못이고,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 측도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뇌물죄 등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일부 대기업들로부터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 별도 지원을 부분에 대해선 "기업의 부정한 청탁이 입증된 바 없고 삼성·SK·롯데 등과 관련한 정부의 각종 행정행위는 관계기관 간 충분한 논의와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 합병 지원에 따른 삼성의 최씨 지원 의혹과 면세점 의혹과 관련핸 SK·롯데의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 의혹 일체를 부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실제 롯데가 70억원을 추가 출연했음에도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은 오히려 박 대통령이 출연 대가로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한 것이 없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서도 "한류 전파·문화 융성 등 명확한 정책 목표를 갖고 민·관이 함께 하는 정상적인 국정 수행의 일환으로 추진된 공익사업"이라며 "기업들에게 직권을 남용하거나 강제적으로 재단 출연을 요구한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재단과 박 대통령 또는 최씨는 별개"라며 "재단 기금의 사유화는 아예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박 대통령이 재단 이사 후보군을 전경련에 추천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한 공익적 목적일 뿐"이라고 했다. 아울러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재단 설립은 과거 정부에도 있었던 관행에 따른 것으로 모금 강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좋은 취지로 협조를 받으라고 지시했을 뿐 위법·부당한 행위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박 대통령과 기업 사이에 재단이 당면 현안 해결에 대한 대가라고 인식하거나 양해한 바 없다"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기업 총수들이 모두 대가성이 없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체적 강압이나 협박이 없었음에도 대통령 권한이나 지위만으로 박 대통령에게 범죄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씨 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을 박 대통령의 헌법상 책임으로 구성한 것은 연좌제 금지 조항 정신과 자기 책임 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이같이 혐의 일체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두 사람 간 공모관계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대통령 뇌물죄에 대해 '대통령의 직무에 속하거나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인 이상 실제 영향력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대통령에게 금품을 건넨 행위만으로 유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 판례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박 대통령에게 직접 돈이 건네진 것이 아니어서 특검은 제3자 뇌물죄로 수사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검은 기업들이 최씨 측에 돈을 건네는데 박 대통령이 영향력을 끼쳤다는 점을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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