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특허 등 성과 크지만 치열한 경쟁 불가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눈에 띄게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패션부문 인수합병과 면세점 특허권 획득 등 성과를 내 업계가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공격적 행보로 그룹 사업 확장
올해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룹의 백화점과 아웃렛 사업이 특히 큰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3월 현대시티아웃렛 동대문점과 4월 현대프리미엄아웃렛 송도점을 선보였다. 또 경기도 남양주(다산신도시)와 화성(동탄1신도시)부지를 확보해 향후 아웃렛 출점도 예고했다.
업계가 특히 주목한 것은 여의도 내 백화점 출점 계획이다.
지난 9월 정 회장은 여의도에 서울 시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세우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그룹은 여의도 파크원 건물을 임차해 2020년 지하7층~지상 9층 규모의 백화점을 운영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파크원에 들어서는 현대백화점을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로 키운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는 직접 개발 콘셉트와 방향을 잡는 등 이번 사업 추진을 진두지휘했다.
또 정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패션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해 새로운 성과를 올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8일 패션 전문 계열사인 한섬을 통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했다. 정 회장은 2012년 한섬을 인수한 이후 패션사업을 키우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번 SK네트웍스 패션 인수도 그가 전폭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면세점 특허도 따냈다. 지난 17일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현대면세점)은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면세점 신규사업자로 선정됐다.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7월 시내면세점 특허권 경쟁에선 꼴찌로 탈락했다. 굴욕 끝에 재도전한 이번 3차 입찰에선 1등으로 특허권을 따냈다.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중 유일하게 면세점을 운영하지 않았던 현대에 이번 특허권 획득은 큰 의미가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백화점 업계가 침체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현대백화점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면세점 경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면세점 사업권을 얻기 위해 오랜기간동안 고군분투했다. 지난해 면세점 입찰 탈락 후에도 1년여간 면세점 TF팀을 유지하며 특허권을 따내기 위해 준비했다. 또 현대백화점면세점이라는 이름의 단독 법인을 설립했고 이동호 현대면세점 대표를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면세점 사업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백화점·패션·면세점 사업, 앞으로가 중요
올해 정 회장은 면세점 특허권 획득 등 많은 결실을 거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결실이 그룹 성장에 도움이 되려면 앞으로의 대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정 회장이 여의도 부지에 서울 시내 최대 크기로 세우겠다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다른 백화점과의 차별화가 성공의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여의도에 상주인구가 많지 않고 회사가 많아 주말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단점 때문에 부지입찰 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주말에 고객들을 여의도로 오게 만들 수 있는 백화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말에 고객들이 여의도에 있는 백화점으로 올 수 있게끔 차별화된 컨텐츠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브랜드 런칭이나 소비자들의 체험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내용물로 채워진다면 마포·동작·영등포 쪽 고객들까지 유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사업에 있어서도 향후 대응이 관건이다. 한섬이 SK네트웍스 패션사업을 인수하며 한섬은 단숨에 패션업계 4위가 됐다. 하지만 최근 패션업계가 브랜드 수를 줄이는 등 경영효율화를 꾀하는 상황에서 한섬은 몸집을 키운 만큼 인수한 기업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의 실적이 최근 2~3년간 좋지 않은 상황이라 이에 대한 개선도 한섬의 몫이 됐다.
면세점 사업의 경우 앞으로 그룹의 능력을 면세점 사업에 투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들은 그 동안 현대가 한 번도 면세점 운영을 해보지 않은 것을 현대면세점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아왔다.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던 면세점은 현재 점점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조차 못 내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 지난해 사업자로 선정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두타면세점 등 시내면세점 다섯 곳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규 면세점 사업자 모두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면세점 수가 늘어나면서 경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신규면세점 4곳이 더 선정되면서 서울시내 면세점은 총 13곳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번에 선정된 면세점이 모두 강남권인데다 유통 빅3가 운영하기 때문에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만들 계획인 현대면세점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대면세점이 현대백화점의 유통 노하우를 접목하고 입지적 조건을 잘 활용한다면 긍정적인 모습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면세점 측은 30년 넘게 백화점을 운영한 역량을 면세점 운영에 쏟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면세점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10층에 위치할 예정이라 백화점과의 시너지, 근처에 위치한 코엑스와의 시너지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근종 현대증권 연구원은 “무역센터점은 향후 대한민국의 관광 중심지가 될 수 있는 코엑스, 삼성역과 밀접하기 때문에 면세점이 장기적으로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