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롯데케미칼 등 앞다퉈 증설에 나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앞다퉈 납사분해시설(NCC) 증설에 나서고 있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주요 NCC 생산품의 시황이 중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에틸렌은 대표적인 범용 석유화학 제품이다. 진입 장벽이 낮아 한 때 공급과잉 우려도 있었지만 최근 제품 스프레드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며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석화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NCC를 가지고 있는 여러 업체들이 올해 증설을 발표했다.
에틸렌 설비 증설을 먼저 결정한 곳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2870억원을 투자해 충남 대산 NCC 공장 에틸렌 23만톤을 증설하기로 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량은 기존 104만톤에서 127만톤으로 증가하게 된다.
LG화학이 NCC 증설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고부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원료를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사 대비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다. LG화학은 메탈로센계 PO(폴리올레핀), 고기능 ABS 및 EP(엔지니어링 프라스틱), 친환경 합성고무 등 고부가 제품 매출을 현재 3조원 규모에서 2020년 7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제품들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초원료가 NCC에서 생산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이다.
롯데케미칼도 지난 12일 오는 2019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2530억원을 투자해 여수공장에 있는 NCC 생산능력을 에틸렌 기준 20만톤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여수공장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100만톤에서 120만톤으로 늘어난다. 프로필렌 생산능력도 연 52만톤에서 62만톤으로 연 10만톤 늘릴 계획이다.
2018년까지 완공될 해외 공장의 에틸렌 생산 규모를 합치면 롯데케미칼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크게 증가한다. 국내에서는 여수공장(120만톤)과 충남 대산공장(110만톤)을 포함해 230만톤을 생산하게 된다. 올해 5월 준공된 우즈베키스탄 공장(39만톤)과 현재 증설 중인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 타이탄 공장(81만톤), 2018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미국 에탄 크래커 공장(100만톤)까지 포함하면 약 450만톤으로 국내 1위, 글로벌 7위 에틸렌 생산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특히 이번 여수공장 증설에서는 전통적인 석유화학원료인 나프타가 아닌 C3LPG(프로판가스)를 사용하도록 해 원료 다변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개선을 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우즈벡 수르길 프로젝트를 통해선 천연가스를, 미국에선 셰일가스에서 생산되는 에탄을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기지를 마련하고 있다. 원료 다변화를 통해 원료의 가격 변동성에 대비하고, 유가 상승 시 가격이 올라가는 나프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석이다.
이밖에도 대한유화가 1066억원을 투자해 국내 NCC 생산량을 33만톤 늘려 47만톤에서 77만톤으로 증설할 계획이며, 191만톤의 생산량을 가진 여천NCC와 109만톤의 생산량을 가진 한화토탈도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이 잇따라 NCC 증설에 나서는 것은 에틸렌 시황이 호전된 덕분이다. 최근 수년간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에틸렌의 원가가 낮아져 NCC 업체의 마진이 좋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에틸렌의 국제가격 평균은 1톤당 605달러 선이었으나 올해 11월에는 1톤당 900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프로필렌 시황까지 좋아지며 NCC에 대한 투자유혹을 낳고 있다. NCC는 납사를 원료로 에틸렌 30%, 프로필렌 15%, 부타디엔 5%, 방향족(벤젠·톨루엔·자일렌) 13%을 생산한다. 프로필렌은 지난 2014년 톤당 1400달러를 기록하는 등 호황을 맞이했다가 지난해 600달러 선으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최근 800달러선을 넘어서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스프레드와 중국·미국 등 경쟁 지역 석화 제품 가격 급등세 등으로 국내 NCC업체는 올해 4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국내 NCC 업체들이 재작년부터 유지된 양호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NCC 규모를 추가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