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10위권 진입 유력…투자배급사 다양

국산 영화가 올해 흥행 상위 10편 중 9편을 차지할 전망이다. / 사진=뉴스1

판도라가 관객 300만명을 넘어서면서 올해 흥행 10위권 진입이 유력하다. 흥행 상위 10편 중 9편을 국산 영화가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상위 10편의 투자배급사도 다양해졌다. 다만 경쟁자는 늘었지만 시장은 커지지 않았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판도라가 관객 311만명을 불러 모았다. 개봉 12일만이다. 누적 매출액은 248억원을 넘어섰다.

판도라의 흥행속도는 덕혜옹주, 닥터스트레인지와 비슷하다. 두 영화는 각각 관객 560만명, 541만명을 동원해 올해 흥행영화 순위 9~10위에 올랐다. 이 영화들은 개봉 11일 만에 관객 300만명을 동원했다.

판도라 역시 5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하다. 원전 사고와 정부 무능을 꼬집는 내용이라 시국 영화 붐을 타고 입소문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흥행 11위 주토피아는 입소문을 타며 개봉 4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해 470만명까지 동원한 바있다.  

판도라가 닥터 스트레인지를 추월하면 올해 국내 개봉 영화 흥행 상위 10편 중 9편을 한국영화가 차지하게 된다. 수입 영화중 캡틴아메리카만 868만명을 동원해 3위에 올랐다. 흥행 1, 2위는 부산행(1156만명)과 검사외전(971만명)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이 성적표는 유독 도드라진다. 2015년 같은 순위에는 할리우드 영화 어벤저스, 킹스맨,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 쥬라기 월드 등 4편이 속해 있었다. 이들 4편에만 2800만명 넘는 관객이 모였다.

할리우드가 울기만 한 건 아니다. 방식을 바꿔 국내 시장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 한국영화를 첫 투자배급한 워너브러더스는 밀정(750만명)으로 흥행순위 4위를 차지했다. 20세기폭스사도 곡성(688만명)으로 8위 성적표를 받았다.

이 덕에 한국 영화 상위 10위권을 배급한 투자배급사도 지난해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지난해 흥행순위 10편은 국내 투자배급 3개 대기업이 나눠가졌다. CJ E&M은 4편, 쇼박스가 4편, NEW가 2편이었다.

올해는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10위권 진입이 유력한 판도라를 포함시키면 CJ E&M이 2편, NEW가 2편, 쇼박스 3편, 롯데엔터 1편, 워너브러더스 1편, 20세기폭스 1편을 골고루 나눠가지게 된다. 11위가 소형배급사 와우픽쳐스가 투자배급한 독립영화 ‘귀향’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영화 관객 증가보다는 외국 영화 부진 덕으로 풀이된다. 서정 CGV대표는 2일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 나와 “국내 시장은 정체기다. 12월도 걱정스럽다. 그래도 12월 국내 대작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관람객 수는 2015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업체들이 투자배급 시장에 진입하면서 한국 영화 시장은 키지고 있다. 커진 시장을 흡수하려면 관객도 늘어야 한다. 극장업계는 지난 5년 간 40%가량 성장했지만 관객은 해마다 1~2% 늘어나는데 그쳤다.

임민규 현대증권 연구원은 “3분기 국산 영화 시장은 373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워너브라더스, 20세기폭스 등 해외 배급사들이 국산영화에도 적극 투자하면서 판을 키웠다”며 “결과적으로 파이는 커졌지만 시장 참여자가 늘어난 만큼 조각의 크기도 줄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작비까지 늘어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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