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과 협상에서도 유리…2M 협상결과 ‘껍데기 동맹’에 불과
현대상선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해운동맹 2M 가입 협상을 마치면서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제외되는 최악의 상황은 비켜갔지만, 자율협약 전제 조건이었던 ‘완전한 해운동맹 가입’을 이뤄내지 못한 탓이다. 현대상선은 2M과 선복 교환·매입 제휴계약을 맺어 정식회원이 누리는 선복 공유 계약은 따내지 못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협상 열위에 있는 상황에서 실리에 방점을 두고 얻어낸 최선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2M 가입만을 고집한 게 화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진해운이 속했던 세계 3위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를 협상에서 배제하지 않았다면 더 나은 조건으로 동맹에 가입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11일 현대상선 관계자는 “2M과 새로운 협력을 위한 협상을 타결했다”며 향후 항만청 등록 또는 승인에 필요한 협약서를 준비, 미국 FMC 승인 등을 통해 2017년 4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상에 따라 현대상선은 이전에 소속됐던 G6 해운동맹 때보다 할당된 선복량이 20%가량 늘어나게 됐다. 현대상선이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한 북미서안 운영항로도 기존 2개에서 3개로 확대됐다.
문제는 제휴형태다. 현대상선은 2M 동맹 해운사들과 선복 교환 및 매입만 할 수 있다. 가장 높은 단계의 제휴수준인 선복 공유에는 실패했다. 제휴기간도 3년으로 장기적 성장동력을 마련하기에는 다소 짧다. 사실상 2M이 현대상선을 정식 동맹사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2M이 현대상선과 단기 계약을 맺은 이유가 아시아-미주 노선에서의 현대상선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2M 소속사인 머스크와 MSC는 아시아-미주노선 강자였던 한진해운이 청산 수순을 밟자, 이 구간 노선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M으로선 해당 노선에 새로운 경쟁자가 가세하는 게 달가울 리 없다. 2M이 현대상선과 제휴를 맺는 조건으로, 아시아-미주·유럽 노선에 2M의 동의 없이 현대상선 선박을 새로 투입할 수 없게 한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익명을 요구한 현대상선 채권단 관계자는 “굴욕적인 협상이다. 현대상선은 2M 아니면 협상을 시도할 수 있는 동맹체가 없었고, 결국 ‘껍데기 동맹’이라도 맺어 급한 불만 끈 것”이라며 “선복공유도 되지 않고 계약기간도 3년으로 짧다. 협상 내용을 요약하면 현대상선은 2M의 정식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한 ‘땜빵 선사’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상선은 2M과의 협상결과가 낙제점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다소 느슨한 계약이지만, 2M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통해 반전 기틀을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해외터미널 인수, 2020년 환경규제에 따른 선박발주 기회 확보 등을 위해서라도 3년간의 단기협약이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일방통행 협상’ 전략을 택한 게 화근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상선이 협상 파트너로 2M 뿐 아니라 ‘디 얼라이언스’도 고려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디 얼라이언스는 현대상선이 지난 상반기까지 가입을 노렸던 세계 3위 해운동맹이다. 지난 5월 13일 새롭게 결성됐으며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MOL·NYK·K라인, 대만 양밍 등이 회원사로 있다. 조건부 자율협약 중이었던 5월 디 얼라이언스가 현대상선을 제외하고 한진해운만을 포함한 선사 명단을 발표하자 현대상선은 2M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9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디 얼라이언스에서도 자동 탈퇴됐다. 전문가들은 이때가 현대상선이 다시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노릴 수 있었던 적기라고 말한다. 디 얼라이언스 입장에서는 한진해운 자리를 메울 대안으로 현대상선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2M처럼 일방적인 ‘갑’의 지위에서 현대상선과 협상을 이어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연내 해운동맹 가입 타결을 목표로 했던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2M과의 이번 제휴결과가 최선이었을 것”이라며 “다만 디 얼라이언스와의 협상도 투 트랙으로 진행했으면 더 좋은 결과를 도출했을 수 있다. 수뇌부 협상은 2M과 진행하면서도 실무진은 디 얼라이언스와 접촉을 이어갔다면 더 나은 선택지가 나왔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