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일 사이 특검 현판식…삼성·SK·롯데 시작으로 미르·K재단 출연금 성격도 따져볼 듯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위해 구성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다음 주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다.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를 예고한 가운데 이번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뇌물죄 수사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요 대기업들은 검찰에 이어 특검에서 또다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검팀은 오는 20~21일 사이 현판식을 갖고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한다.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박영수 특검이 임명된 후 2주 넘게 특검보 임명, 파견 검사 인선, 사무실 마련 등 수사 준비 작업을 했다. 이 기간 특검팀은 검찰에서 넘겨받은 1톤 분량의 자료 검토에 집중했다.
특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처럼 관련 의혹들에 대해 동시 다발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특검 임명 후 검찰에서 사실상 중단됐던 대기업 수사도 특검이 이어받아 재개된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 직전에 대통령 관련 의혹 일체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1차 수사 종료일은 2월말까지 총수들의 줄소환 등 대기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뇌물죄 수사가 특검의 수사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앞서 대기업의 자금 출연·지원에 대해 일단 직권남용죄를 적용해놓은 상태다. 뇌물죄 수사가 시일이 걸리는 만큼 추가 수사를 통해 공소장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특검 임명 이전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실체 규명에 실패한 후 사건을 특검에 넘겼다.
특검의 초반 기업 수사는 검찰이 공을 들였던 삼성 수사에 집중될 예정이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외에 별도로 최씨 측에 100억원 가까운 돈을 지원한 것이 드러난 상황이다. 검찰이 삼성 서초사옥을 세 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돈의 흐름을 명확히 입증한 만큼 특검으로선 대가성 규명에만 집중하면 되는 상황이다. 삼성이 왜 최씨 측에 돈을 지원했는지가 핵심이다.
삼성은 최씨 소유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에 승마훈련 지원 명목으로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송금했다. 추가적으로 삼성전자의 독일 계좌로 319만 유로(약 43억원)를 송금해 이를 최씨 측에 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했다.
15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삼성과 코레스포츠 간 맺은 컨설팅 계약서에 따르면 삼성은 오는 2018년 말일까지 코레스포츠를 통해 승마선수 지원과 말 구입을 약속했다. 코레스포츠에 지원하게 되는 수수료 19억여원을 포함하면 계약 총액은 220억원 규모이다. 삼성은 "220억원은 정유라 1명이 아닌 6명에 대한 것"이라며 "마필 구입비에 해당하는 106억원은 삼성전자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코레스포츠에 지원된 금액은 이미 알려진 35억원과 말의 사용 가치"라고 해명했다.
특검이 규명해야 할 것은 삼성이 이 같은 지원을 한 배경이다. 지원 대가로 의심받는 것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역할이다. 국민연금은 자산규모가 544조 6000억원(9월말 기준)에 달하는 세계 3위 규모의 초대형 연기금이다. 삼성물산 합병은 이 부회장 승계 안정화를 위해 삼성이 남겨둔 가장 큰 난관이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삼성 총수일가에 우호적 투자를 했다. 총수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 산정이 가능하도록 주가가 관리됐다는 의혹을 받는 시기에 국민연금도 삼성 입맛에 맞는 주식 매매를 했다. 합병안 발표 후 미국계 헤지펀드의 격렬한 반대와 투자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유리한 투자 후 최종적으로 합병안에 찬성했다.
특검은 두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연결고리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이 드러날 경우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해진다. 현재 삼성과 국민연금은 이 같은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씨 측 지원 배경에 대해 지난 6일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 저희가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최씨에게 협박당했다'는 기존 삼성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 것이다. 국민연금도 정상적 투자라고 강변하고 있다.
삼성과 함께 SK와 롯데 역시 특검의 주요 타깃이다. 면세점 의혹이 핵심이다. K스포츠재단에 대한 별도 지원을 대가로 박 대통령이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지정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것이 의혹의 주된 내용이다. 두 그룹은 지난해 11월 면세점 사업자 재심사 과정에서 각각 워커힐면세점과 월드타워면세점 특허를 상실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서울시내 추가 면세점 선정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바꿔 지난 3월 추가 선정을 발표했다. 이 시기는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각 2월과 3월 박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였다. 두 그룹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각각 80억원과 75억원의 별도 지원을 요청받은 기업이다. SK는 최종적으로 이를 거부했고 롯데는 70억원을 건넸다가 돌려받았다. 검찰은 박 대통령과 총수의 독대에서 모종의 거래가 오고 간 것으로 의심하고 두 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바 있다.
특검은 이밖에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성격에 대해서도 다시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자금 출연 성격을 '강제 모금'으로 보고 관련자들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며 추가 수사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특별감찰관 시절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를 조사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15일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육영재단이나 일해재단과 비슷한 구조를 가졌다고 생각했다"며 "귀속 주체가 공무원이라면 뇌물죄가 성립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대기업들도 특검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주요 수사 선상에 오른 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때부터 지속적으로 법무팀 등이 동원돼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며 "지금은 폭풍전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총수가 강력 부인한 상황이라 담담하게 수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