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가격 6.4% 올려 20일부터 적용…과자값 인상 반년 안 돼 라면까지

맥주와 탄산음료, 빵에 이어 대표적인 서민식품인 라면 가격까지 뛰어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린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코너에 농심브랜드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라면 시장 1위 농심이 신라면과 너구리 등 18개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5.5% 인상에 따라 경쟁업체들의 라면 가격도 인상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은 곧 장바구니도 울게 할 것으로 보인다. 짜파게티나 너구리, 육개장 등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도 마찬가지다. 농심은 스낵브랜드 15개 가격을 올린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캐시카우(cash cow)인 라면값도 올려버렸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와도 이상할 게 없게 됐다.

16일 농심은 신라면 가격을 6.4% 올리는 등 라면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한다고 밝혔다. 대상 브랜드는 전체 28개 중 18개에 달한다. 조정된 가격은 이달 20일부터 곧바로 적용된다.

신라면은 780원에서 830원으로, 너구리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짜파게티는 900원에서 950원으로, 육개장사발면은 800원에서 850원으로 각각 올랐다. 1700원이던 생생우동은 1800원으로 100원이 올랐다.

농심 측은 인상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2011년 11월 마지막 가격조정 이후 누적된 판매관련 비용,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경영비용의 상승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이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최소한의 수준에서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농심이 가격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과자값 인상을 단행한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라면값을 인상한 점도 관심거리다. 앞서 7월 22일 농심은 새우깡을 비롯한 스낵류 15개 브랜드에 대해 23일부터 평균 소비자가격을 7.9% 인상한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새우깡(90g)​은 1100원에서 1200원으로 9.1%가 올랐다. 양파링(84g), 꿀꽈배기(90g)등 인기제품도 1300원에서 1400원으로 가격이 7.7% 뛰었다. 포스틱딥(104g)도 1600원에서 1700원(6.3%↑)으로 인상됐다. 당시에도 농심은 보도자료에서 “판매관리비, 물류비, 인건비 등 경영비용 상승, 원재료 가격 상승, 품질 개선 등으로 인해 원가압박”이라며 16일 나온 라면값 인상관련 보도자료와 거의 다를 바 없는 설명을 내놨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농심의 라면값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었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며 매출효자 노릇을 했던 이른바 ‘프리미엄 라면’ 판매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농심은 1500원 이상 고가 제품의 판매 감소로 3·4분기 라면 매출이 5%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44.2%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었다. 농심의 라면가격 인상 안에는 짜왕이나 맛짬뽕 등 프리미엄 라면은 들어있지 않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지속되는 국내 실적 악화로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한 정당성은 충분히 갖춰졌다”고 설명했었다. 점유율 감소세는 4분기 들어 다소 완화된 추세지만 결국 성적부진이 가격인상이라는 돌파구로 유인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16일 오전 라면가격 인상안이 발표되자 농심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13~15일 33만 7000원~8000원대에 자리 잡던 주가는 16일 오후 현재 34만 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주요 제품들의 출고가는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1일 오비맥주는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품목 출고가를 평균 6% 올렸다. 코카콜라도 같은 날 코카콜라와 환타 출고가를 평균 5% 인상했다. 또 이달 1일에는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가 193개 품목 가격을 평균 6.6% 올려 잡았다.

제과업계 유력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과자값을 올렸다. 롯데제과는 3월에 비스킷류 8종 가격을 평균 8.4% 올렸다. 크라운제과는 6월에 11개 제품 가격을 역시 평균 8.4% 인상했다. 해태제과도 9개 제품 가격을 8.2% 올렸고 앞서 말한대로 농심도 같은 달 7.9% 인상안을 내놨다.

하필이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값도 30% 이상 올랐다. 그야말로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볼멘소리가 당연해진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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