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5년 후 금리조정 가능한 상품 판매 주력…"고객에 리스크 떠넘기기" 비판도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으로 시장금리가 들썩이고 12월 미 금리인상 가능성에 직면한 대출자들이 고정금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 고정금리(5년물 혼합)상품은 변동금리 상품보다 평균 0.5%포인트 정도(최저금리 기준)금리가 높다.
일반적으로 금리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로 나뉜다. 고정금리는 상품에 가입한 기간에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변하더라도 이자율이 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변동금리는 적용되는 이자율이 가입기간에 계속 변한다. 대출 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을 경우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유리하지만, 대출초기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다.
반면 변동금리는 대출초기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지만 대출 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경우에는 고정금리보다 불리하다.
지난달 말 신한(41.3%), KEB하나(45.8%), 우리(44.1%)은행 고정 금리 비중은 금융당국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40%를 넘었다. KB국민은행은 10월 말 기준 41.4%로 나타났다.
10월 고정금리 비율은 전월보다 0.18%포인트 증가했지만 11월엔 0.33%포인트 늘었다. 우리은행은 올 초 36.8%에서 11월 말 44.1%까지 고정금리 비율이 상승했다. KEB하나은행은 10월 말 45.1%(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제외)에서 11월 말 45.8%로 0.7%포인트 증가했다.
이처럼 고정금리 대출이 증가하는 이유는 앞으로 변동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14일(현지시간, 한국시간 15일 새벽)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한국은행 역시 점진적으로 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시중금리가 상승기조에 들어서며 현재 금리로 대출이자를 고정할 수 있는 고정금리 대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금융당국 목표치 조정으로 은행 고정금리 상품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금융위·금감원 합동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 질적 구조개선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내년 가계대출 고정금리 상품 목표 비중을 45%로 올려잡았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은행들이 고정금리 상품 비중을 늘리도록 목표치를 올려왔다.
그러나 은행들은 고정금리 대출 대부분을 5년 후 금리 조정이 가능한 상품으로 파는 경우가 많다. 변동금리 상품은 대출 금리를 수시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까지만 고정금리 상품을 판매하고 이후에는 변동금리 상품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대부분이 트릭이다. 이건 은행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고정금리를 한다면서 3년이나 5년 후 금리가 변동되는 상품을 만들면 은행은 현재 리스크와 추후 리스크를 모두 반영해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과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품을 고정금리 상품인 것처럼 포장하는 금융당국이 문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