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특허심사 중단·연기·취소할 수 없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면세점, 워커힐면세점, 센트럴시티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현대면세점,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HDC신라면세점. / 사진=각 기업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 사업자 선정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체들이 특허권 신청 마무리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신청업체들은 특허권을 따내기 위해 각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과 소상공인연합회·시민단체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 강행에 반대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 관련 특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은 의혹, 높아지는 사업자 선정 중단 목소리

롯데와 SK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해 그 대가로 예정에 없던 면세점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정치권과 소상공인협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곳곳에선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선 기자회견과 사업자 선정 중단 촉구 서명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당은 14일 "면세사업자가 선정되고 이후 특검수사에서 기업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해당기업의 면세사업권은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며 "면세점 사업자 추가선정은 관련 수사가 마무리 된 시점에 재개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3차 면세점 사업자 선정 즉시 중단' 성명서를 내고 야3당과 무소속 국회의원 61인의 서명을 받았다. 송 의원은 14일 “관세청이 사업자 선정을 강행하면 감사원 감사청구를 통해 사후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경실련도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2일 선정 중단 논평을 냈고 경실련은 8일 항의서한을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에 제출했다.
 

관세청은 특허심사를 자의적으로 중단·연기·취소 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관세청 관계자는 "특허심사를 연기할 경우 준비 업체들이 적지 않은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가 거짓·부정한 행위를 했다고 밝혀지면 면세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특허를 취소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신청 업체들은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면세점들이 특허권을 얻기 위해 수개월간 투자도 많이 벌이고 업무협약도 맺었다"며 "선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엎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사업자 선정 후 특혜의혹이 밝혀지면 사업자를 다시 선정할 것인지 특허권 부여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할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 마지막 각오 다지는 기업들

업체들은 지금 막바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오랜기간 준비한 만큼 업체마다 특허권을 획득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면세점을 관광·문화·상생의 3대 메카로 만들겠다는 사업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21년까지 향후 5년간 관광인프라 구축, 중소 협력업체 지원 등으로 2조3000억여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월드타워점 특허를 획득하면 한국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면세점이 될 것”이라며 “월드타워점에서 근무했던 1300명을 포함한 전 임직원이 희망과 기대를 안고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향후 5년 간 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워커힐면세점은 최근 50억원을 투자해 업무처리 속도를 크게 개선한 운영 시스템을 개발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얼마전 면세본부에 들러 입찰 준비 상황과 내년 경영계획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신라면세점은정보기술(IT)을 활용한 밀레니얼 면세점을 만들고 젊은 관광객들을 겨냥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사업계획서 내용에 기초해 신규 면세점의 특장점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은 서울 서초구 반포로 센트럴시티 중앙부에 면세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센트럴시티가 호텔, 백화점, 레스토랑 등이 있는 복합생활문화공간이면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과 잘 연결됐다는 점을 내세웠다. 

신세계면세점은 입지적 강점과 함께 명동 소재 신세계면세점이 개장 6개월 만에 신규면세점 중 가장 나은 실적을 기록한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PT와 질의응답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현대면세점)은 30년 넘게 백화점을 운영한 유통그룹으로서 역량을 강조하고 대형 고급 면세점을 만들 계획을 내세운다. 현대면세점은 관광 인프라 개발 등 사회 환원에 5년간 500억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동호 현대면세점 대표가 17일 입찰 발표와 질의응답를  ​직접 챙기고 있다고 한다. 이동호 부회장은 "지난해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뒤 1년 여간 절치부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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