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계열사 성과연봉제 확대·은행 내년 역대급 감원 추진…노조 "손쉬운 수익 추구"

사진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KB금융 제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윤종규 회장은 최근 인건비 절감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인건비 절감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전 계열사에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년 역대급 감원도 실시한다. 이에 인건비를 절감해 손쉽게 수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KB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2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은행측은 도입 시기와 구체적 내용은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포함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불법이라며 무효를 주장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성과연봉제는 쉬운 해고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6월 금융산업사용자협회는 성과연봉제 도입과 저성과자 해고 기준 마련을 함께 금융노조에 제안했다.

K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가진 KB국민카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민간 금융사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나섰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 21일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설명회 문서를 발송했다. 이후 본부와 영업점을 돌며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설명회를 진행했다.

KB국민카드는 명절 때 받는 고정상여금을 기존의 절반으로 줄이고 변동성과급 비중을 17% 이상 확대하려 한다. 현재 고정상여금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다. 이를 13.5%로 줄이려 한다. 변동성과급은 부점장의 경우 9.8%에서 23.3%로, 팀원은 5.3%에서 17.9%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개인평가 등급간 성과급 지급률 차등폭도 기존 1~2%포인트에서 2~3%포인트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달 21일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로 민간 금융사들이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을 망설이고 있던 때다.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노동 정책으로 일방적 도입에 대해 야당 반대와 금융공기업 노조의 법적 소송 등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KB국민카드가 민간 금융사 가운데 유일하게 성과연봉제를 추진했던 것이다.

이경 KB국민카드 노조 지부장은 윤종규 회장이 사실상 국민카드의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이경 지부장은 "윤종규 회장이 사실상 계열사를 관리한다. 계열사 임원 인사 권한에도 사실상 윤종규 회장의 영향력이 크다"며 "윤종규 회장이 국민카드를 포함한 계열사들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오는 16일 이사회를 연다. 노조는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안건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했다.

KB손해보험도 지난달 KB국민카드에 앞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KB손보는 2016년 임단협에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제안했다. 임금에서 차지하는 성과급 비중을 기존 5%에서 10~15%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KB손보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박태완 KB손해보험 노조 지부장은 "최대주주가 KB금융지주다. 윤종규 회장이 KB손해보험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KB손보 임원 인사도 금융지주는 부인하지만 윤 회장의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외에 국민은행은 내년 역대급 인원 감축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근속 10년 이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에 나이 제한을 없앴다. 이에 퇴직자 수가 예년 수준을 대폭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희망퇴직 신청자격을 만 45세 이상으로 한정했다.

반면 올해 대졸 신규 채용 규모는 작년보다 줄였다. 지난해는 420명을 채용했다. 올해는 240명을 뽑아 180명 줄었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1조1600억원 순이익으로 전년동기 9600억원 보다 20.8% 늘었다.

KB금융지주의 전 계열사 성과연봉제 확대·국민은행 역대급 감원 추진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인건비를 절감해 손쉽게 수익만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경 KB국민카드 노조 지부장은 "금융사는 손실을 입더라도 금융 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 윤종규 회장은 금융 공공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윤 회장은 금융위원장 지시대로 성과연봉제를 추진해 관치 금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종규 회장은 성과연봉제 확대와 인원 감축으로 인건비를 절감해 손쉽게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내년 은행업은 기업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으로 수익성이 둔화될 수 있다. 국민은행도 마찬가지"라며 "윤종규 회장은 수익성 악화에 성과연봉제와 대규모 희망퇴직 등 인건비를 줄여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성과연봉제가 은행 성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대규모 희망퇴직자는 내수도 위축시킨다"며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은 KB국민카드와 KB손해보험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내년 인원 감축은 국민은행이 타 은행에 비해 기존 직원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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