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자체 개혁안 지지부진…야당 "해산 상임위서 결론 내겠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경련회관. / 사진=전경련

 

삼성과 SK의 탈퇴 선언으로 촉발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체 개혁 논의가 지지부진을 겪고 있다. 반면 외부에서의 해산 압박 요구는 본격화할 조짐이다.

 

전경련은 지난 6일 국회 국조특위 1차 청문회 이후 자체 개혁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음날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600여개 회원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이는 청문회에서의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허 회장은 당시 의원들의 해체 검토 요구에 대해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며 "회원사들 및 각계 전문가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되는지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회원사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경련은 오는 15일 주요 그룹 회원사들을 상대로 의견을 청취하려 했지만 전경련 행사 참여 자체를 꺼려하는 그룹들의 거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경련은 오는 2월 이내에 자체 개혁안을 회원사들에게 승인받겠다는 입장이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 속에선 이마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전경련이 내부적으로 준비 중인 개혁안은 미국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보수적 싱크탱크로의 전환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과 전경련을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는 구본무 LG 회장이 청문회 당시 언급한 방향과 같다. 구 회장은 당시 "전경련은 헤리티지 재단처럼 운영하고 각 기업 간 친목단체로 남아야 된다는 게 제 의견"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선 전경련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는 인사들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 개혁 대상이 돼야 할 인사들이 개혁안을 마련하는 게 가당치 않다는 주장이다. 

전경련 허창수 회장(사진 오른쪽. GS그룹 회장)과 이승철 상근부회장. 두 사람 모두 내년 2월 임기가 종료된다. 사진은 지난 6일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1차 청문회 출석 당시 모습. / 사진=뉴스1

 

전경련 자체 개혁안은 사무국이 주도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국 수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출연금 모금을 담당한 이승철 상근부회장이다. 재계 단체 한 인사는 "이 부회장 주도로 마련된 개혁안의 진정성을 누가 믿어주겠나"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압박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야당은 12월 임시국회에서 전경련 해산 촉구 결의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해산 촉구 결의안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논란이 거세던 지난 10월 여야 의원 75명이 공동발의한 바 있다. 이후 정치권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며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산자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13일 본지와 통화에서 "임시국회에서 논의되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며 "여당이 논의를 거부할 경우 전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이어 "전경련 문제는 기업들 스스로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이것은 반드시 어떻게든 결론을 내겠다는 게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산자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임시국회에서 논의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 의원은 "전경련 해체 문제는 상임위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전경련이 자율적으로 해체 수준의 개혁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치권이 해체하라고 결의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산자부가 전경련 설립허가 취소 방안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산자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설립허가 취소를 위한 법률 검토를 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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