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할인·정책 믿고 품질 향상 등한시

 


국민 경차 자리를 놓고 기아차 모닝과 한국GM 스파크 간 할인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산 경차의 상품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정부의 경차 혜택과 할인 정책에만 기댄 채 제품 품질 개선을 미루고 있는 탓이다. 특히 경차가 갖는 장점으로 지목되는 연비는 수년간 제자리 걸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015년산 모닝의 연비는 ℓ당 12.4~16.2㎞였다. 2014년산 모닝의 연비는 ℓ당 15.2~17.0㎞였다. 연비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모닝은 지난달 9256대 팔리며 스파크(6533대)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스파크 연비도 ℓ당 14.3~15.4㎞로 비슷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가격, 크기, 배기량 등 여러 면에서 가벼운 차라는 뜻의 경차는 이제 없다. 혜택과 할인에 따라 다른 차급에 비해 싸다는 착시만 있을 뿐​”이라면서 “기아차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모닝을 내놓고 최대 144만원(할인율 10%)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체가 경차 판매 유인책을 상품성이 아닌 할인으로 대체하는 셈이다.


스파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10월 2017년산 스파크는 국내서 6412대 팔렸다. 2015 모닝(5742대)보다 많다. 한국GM은 10월 스파크 구매시 100만원을 할인했다. 11월 들어 할인금액을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늘렸다. 할부 조건을 4.9% 60개월 장기할부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아차 모닝 할인에는 미치지 못했다.

◇ 경차, 소형차보다 떨어지는 연료 효율성

스마크 연비는 2011년 ℓ당 13.6~21.0㎞였다. 5년이 지난 현재 ℓ당 14.3~15.4㎞로 줄었다. 한국GM은 차량 안전성 강화 요구에 따라 차체 중량이 늘어나고 에어백 같은 안전 사양이 추가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다. 이로 인해 스파크는 한 체급 위인 소형차와 연비 차이가 거의 없다. 

한국GM 소형차 아베오의 연비는 ℓ당 13.3~14.9㎞다. 2017 스파크와 별 차이 없다. 현대차 엑센트 연비는 ℓ당 14.0~19㎞에 이른다. 준준형차인 아반떼도 연료 효율성에서 모닝과 스파크보다 우수했다. 특히 소형차와 준준형 세단 연비는 지속해서 개선됐다.

모닝 운전자 민은애(28) 씨는 “값이나 연비 면에서 특별히 좋은 차는 아니지만 정부 혜택이나 할인 혜택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면서 “준중형차보다 연비가 떨어지지만 유류세 환급 등 소비자 혜택이 많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경차 시장은 이미 연비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본연의 가치를 잃었다”며 “상징적인 의미로 존재할 뿐인데, 정부 경차 혜택이 실효성 있게 개편되지 않은 한 이런 현상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08년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1000㏄이하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m 이하를 경차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경차를 환경개선 우월 차종으로 지정하고 취득세 면제나 보험료 혜택, 고속도로 통행료·공영 주차장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에 기대 경차 상품성 개선은 멈췄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 정부 혜택 이유인 환경성능 특출나지 않아

정부가 경차 보급 필요성으로 제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같은 환경성능도 지금의 경차는 뛰어나지 않다. 르노삼성 준중형 세단 SM3는 1598㏄엔진을 장착하고 연비 ℓ당 15㎞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4g/​이다. 반면 1000​이하 경차 스파크는 연비 14.7㎞/ℓ, 이산화탄소 배출량113g/㎞이다. 모닝은 연비 15.2㎞/ℓ, 이산화탄소 배출량 112g/㎞로 별 차이가 없다.


정부 혜택만 믿고 할인 마케팅에만 매진한 탓에 경차 상품성을 개선할 여지도 크지 않다. 값은 900만~1500만원이다. 자동차 업체가 차량 1대를 팔면 판매가의 7~8%(딜러 수수료 포함)를 마진으로 남긴다. 이에 기아차와 한국GM은 경차를 파는게 실적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3000만~4000만원대 중형차, 준대형차를 팔아서 이윤이 7%면 200만~300만원이지만, 경차는 60만~100만원에 불과하다.

3분기 기준 기아차 영업이익률은 4.1%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아차 영업이익률 5.2%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 100원어치를 팔았다고 가정할 때 4원 남짓한 돈을 남겼다는 뜻이다. 영업이익률을 경차 부문으로 한정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한국GM이 100만원 할인에 나선 10월 기준 마진율 7%에 1500만원짜리 스파크를 6412대를 판매했다고 가정하면 영업이익률은 1.05%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익성 악화 탓에 경차를 개발할 여력이 줄어 상품성이 제자리걸음하거나 중대 결함이 생길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자동차 전문가는 “190만원을 할인하면 경차 최고 트림을 팔아도 90만원이 적자”라며 “상품성 개선을 위한 투자는 뒤로하고 판매량에 매달리기는 빛 좋은 개살구를 만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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