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김희근 벽산 회장 등 50억원 이상 미신고자들 공개

고액 자산가들의 역외탈세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해외금융계좌신고제가 국가 간 조세금융정보 교환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신고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개인이 해외 조세피난처 등에 숨겨 놓은 자금이 9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신고율은 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공개한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자 명단에 따르면 김희근(70) 벽산엔지니어링 회장과 조현준(48) 효성 사장은 각각 2013년 52억6600만원, 2014년 119억500만원의 금액을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 사장의 경우 2013년에 64억7200만원을 신고하지 않은 것도 이번에 적발됐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법인 또는 개인이 해외에 보유한 예금, 주식, 보험, 채권 등의 계좌 잔고가 10억원을 초과하면 국세청에 그 내역을 자진 신고하도록 했다. 미신고자에게는 미신고금액 10%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미신고액이 50억원이 넘어서면 그 명단을 공개하고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지난해부터는 미신고금액에 대한 자금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자에게는 미소명과태료 10%를 추가해 부과하고 있다.


역외탈세를 차단하기 위해 제재수위를 높여가면서 자진신고를 유도하고 있지만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이 발표한 해외금융계좌신고현황은 개인과 법인을 합쳐 2014년 24조3000억원, 2015년 36조9000억원, 2016년 56조1000억원이다. 매년 자진신고 금액이 증가하고 있지만 시민단체 등에서 발표한 해외은닉자금 추정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실정이다.

관련업계는 신고율이 저조한 이유로 기준금액 자체가 낮은 것과 비교적 가벼운 제재수준을 꼽는다. 비슷한 제도를 우리보다 앞서 도입한 미국은 1만달러(약 1000만원) 일본은 5000만엔(약 5억원)의 기준금액을 넘어설 경우 신고하도록 돼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해외에 보유한 계좌가 1년 중 단 하루라도 기준금액을 넘어서면 신고대상이다. 반면 한국은 매월 말을 기준으로 해 신고를 피하기 위해 잔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제도 도입 후 이 같은 문제를 앞서 지적한 바 있다. 조세연 세법연구센터는 “신고의무를 월말 잔액만으로 판단할 경우 의도적으로 월말 금융계좌잔액을 의도적으로 10억원 이하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 “역외세원관리 및 탈루된 세원의 파악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는 세무조사 진행과정이나 별도의 제보 등에서 미신고 해외금액계좌가 적발되는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금융정보자동교환 협정이 곧 발효되면 미신고자를 적발하는데 있어 현재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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