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뀔때마다 풍파 겪는 기업들…국가 미래 일궈갈 산업 다 망쳐
연말에 사회 분위기가 흉흉하다. 정치권은 탄핵 소추 이후 정국으로 복잡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더 생각이 많다. 주요 수출 산업은 중국이 추격하고 양극화로 내수는 침체했다. 미국 발(發) 금리인상 여파가 언제 심각한 가계부채를 덮칠지 불안 불안하다.
남들이 선망하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에 다니는 인재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언제까지 밥벌이를 할 수 있을지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일부 계열사는 인수합병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조직에서 구조조정 계획은 구성원들 밥줄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에는 삼성 그룹 내에 ‘전자와 후자’로 계열사가 나뉘었다고 했다. 지금은 ‘전자, 후자, 그리고 팔자’가 있다는 소리가 임직원 사이에서 나돌고 있다. 그나마 전자 내에서도 대규모 임원진 감축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KT에서도 2015년에 이은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때때로 나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던 황창규 KT 회장마저 미래를 장담할 수 없어졌다. CJ헬로비전은 인수합병 불허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때는 이런 IT 대기업을 대체할 존재들이 주목받기도 했다. 각 분야 스타트업이 성공해서 사회 인력을 흡수하고 더 창조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는 제품과 콘텐츠를 만들어낼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말로는 그럴듯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은 우리 미래를 블랙홀처럼 흡수해버렸다. 국가를 위해서라던 문화예술 정책과 창조경제 지원 정책은 정권 실세들의 놀이터가 됐다.
한 관련 전공 교수는 “요즘 뜨는 분야 중에 그 사람들이 손을 안댄 곳이 없을 정도”라며 “우리 미래에 중요한 산업을 성장시키기는 커녕 다 망쳐놨다”고 토로했다.
일부 기업은 자기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갖다 바쳤다고 하지만 어떤 기업은 미운털이 박혀 어이없이 미래에 중요한 결정을 망치거나 세무조사 등으로 시달리기도 했다.
KT는 청와대도, 정당도 아닌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풍파를 겪는다. 소위 ‘라인’이 교체되면서 누구는 한직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구성원들은 이뿐 아니라 회사를 위한 장기적인 경영전략이 영향을 받을 것까지 걱정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내 육성 기업들과 각종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우리는 사업을 잘 하고 있어 상관없다”는 관계자들도 정치적인 문제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까봐 걱정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가 있는 미국에선 IT 기업 임원들이 대놓고 어떤 후보를 지지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정치적인 성향 때문에 불이익 받을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산당이 독재하는 중국정부도 미국 기업이나 때려잡았지 중국 기업에 간섭하고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중국 창업 열기는 뜨겁다.
IT는 건설과 함께 정치권을 유혹할 만큼 돈이 모이는 대표적인 산업이 됐다. 대통령이 물러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치권이 지금처럼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면 우리 미래는 암울해질 것이다. 정치권이 손을 대면 댈수록 줄 대기 바쁜 기업들만 시장 경쟁력과 상관없이 살아남는다. 더 이상 쥐어 짤 수도 없을 만큼 마른 걸레가 되기 전에 ICT 산업에 대한 개입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