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 강화로 2금융권 PF대출도 어려워져… "분양 첫삽 뜨기도 힘들다" 하소연
건설업계가 주택분양의 첫발을 내딛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 당국이 건설업계 자금융통과 분양인가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시중은행·저축은행·증권사·보험사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옥죄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심사와 정부의 인허가 심사 강화 등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9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은행권 건설업 여신잔액은 31조 1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분기 32조 4234억원 대비 4.39% 감소한 수치다. 건설업 여신잔액은 회사운영 및 사업시행 자금을 아우른다. PF대출 잔액이 큰 비중을 나타낸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건설업 여신잔액을 줄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3분기말 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의 건설업 여신잔액은 13조 391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분기 14조 1387억원 대비 5.28%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각 은행이 거래하는 산업업종에서 건설업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일제히 줄었다. 구체적으로 건설업 여신비중은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3.10%에서 2.86%, 하나은행은 1.80%에서 1.50%, 우리은행은 2.11%에서 1.75%, 신한은행은 1.18%에서 1.11%로 축소됐다.
건설업에서 PF대출은 사업시행을 위한 핵심 자금원이다. 건설사는 여러 공사현장을 운영한다. 규모가 큰 공사를 진행할 경우 SPC(특수목적법인)를 별도로 설립한다. SPC를 통해 토지, 채권 등을 현금으로 유동화한다. SPC는 건설사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며 동시에 모기업인 건설사의 재무부담도 덜어준다. 기업이 사내자금을 운용할 때보다 하나의 공사현장이 부도가 나도 다른 공사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분양시장 훈풍으로 건설사들이 금융권에서 PF를 끌어왔다. 건설업 여신잔액이 줄어드는 것은 금융권이 PF대출도 동시에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PF대출 금액도 감소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금융권의 올 상반기 부동산 PF 발행금액은 9조 793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시장 경기 호황으로 분양시장 급등기였던 2015년 상반기 14조 3539억원 대비 31.76% 감소한 수치다.
이같은 건설업 여신 및 PF대출 금액 감소는 금감원의 조치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상반기부터 PF대출 내역을 요구하는 공문을 각 은행에 요구하고 있다. 급증한 PF대출이 우발채무로 변해 은행 재무건전성을 악화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저축은행 기업여신 담당자는 “최근 당국에서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상가‧오피스텔 등 비주택 부문 PF 대출내역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PF대출에 대한 옥죄기가 들어올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조치에 따라 건설업계는 은행이 아닌 증권사, 보험사를 통해 PF대출을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PF대출을 포함한 올 상반기 증권업계 신용공여 우발채무는 16조 6595억원이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15조 3313억원 대비 늘어난 수치다. 보험업계 PF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3조 4000억원으로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PF대출 우회통로도 하반기 이후 작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급증하는 보험‧증권업계의 PF대출 잔액에 제동을 걸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금리상승과 부동산 PF부실 심화 가능성을 지적하며 “(증권업계가)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헙업계의 PF대출 모니터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PF대출 잔액이 위험수준에 이르기 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 인허가, 분양보증도 받기 힘들어져
PF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외에도 건설업계는 또다른 분양 전 장애물을 직면하고 있다. 주택 인허가 규제, 분양보증 심사를 엄격히 한 8.25 가계부채 대책이 대표적이다.
종전 주택 인허가는 지자체 고유 권한이었다. 지자체 단체장의 판단 하에 인허가가 이뤄졌다. 다만 8.25 대책 이후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주택정책협의회’를 통해 인허가 물량을 사전 조율한다. 이는 지자체의 무분별한 주택 인허가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정부대책 입안작업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지자체는 인허가를 통해 지역경기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유혹을 이기기 어렵다. 인허가와 뒤이은 착공과정에서 건설투자(노무비, 자재비 등)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이 발표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택 인허가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책 발표 이후 10월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5만2438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3%, 서울은 38.1% 감소한 수치다.
인허가와 별개로 분양보증 심사라는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린다. 8.25 대책 이후 HUG는 분양물량 초과공급 우려지역인 ‘미분양 관리지역’의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도입했다. 주택 공급자가 택지 매입 전 사업성‧수행능력을 HUG가 평가한다. HUG는 예비심사 후 ▲양호 ▲보통 ▲미흡으로 등급을 분류한다. 미흡 등급을 받으면 보증심사가 거절된다. 건설사는 분양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최근 분양보증 심사 거절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9일 HUG에 따르면 예비심사제도 시행 이후 12월 1일까지 총 36건의 예비심사가 접수됐다. 이중 30건에 대한 예비심사 진행 후 HUG는 15건에 대해 미흡 의견을 내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금조달, 인허가 등 모든 부문에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건설업계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