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EB하나·우리은행 탈퇴여부 검토 중
IBK기업은행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탈퇴할 예정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전경련 탈퇴에 관한 질의를 받고 "검토가 종료됐기 때문에 다음 주 월요일인 12일 탈퇴서를 접수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지원으로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전경련에서 탈퇴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이 날 박선숙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권 행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회장에게 "1960년대, 은행과 재벌을 한광주리에 담았던 구조라면 몰라도 시대가 바뀌었는데 전경련 회원으로 있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권 행장과 이 회장은 "탈퇴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산업은행은 어버이연합 지원 논란 이후 5월부터 전경련에 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등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기업은행이 다음 주 전경련을 탈퇴하게 되면 금융권에선 최초다. 이 때문에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 차원에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그룹 차원에서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밝혀 기업은행도 탈퇴 결정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1961년 민간 경제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민간종합경제단체다. 주요 대기업과 업종별 경제단체로 구성돼 있다. 창립 당시 회원 수가 13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회원사 수는 600여개에 달할 만큼 국내 최대 경제단체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재벌의 입장만 대변하고 정경유착을 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미르, K스포츠 재단에 주요 재벌 그룹들이 수백억 원을 후원하는 과정에서 전경련이 모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해체 여론이 거세졌다.
다음 주 기업은행에 이어 산업은행까지 탈퇴 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시중은행들도 줄줄이 탈퇴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지주사 은행들은 대부분 탈퇴 여부를 검토중이다고 전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전경련에 몸담고 있다 해서 크게 강요를 받거나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지만 전경련에 잔류를 고집하는 건 아니다”며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월 200~230만원정도 회비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탈퇴 여부를 검토 중이다”며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신한 관계자는 월 100만원 정도의 회비를 내왔다고 언급했다. 우리은행 역시 “일단 상황을 보고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경련이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진 집단이라 기업들과 관계를 위해 고객사로서 참여를 해 왔다”며 “대기업들이 빠지기 시작하면 우리도 잔류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탈퇴는 당연하다. 애초에 은행이 대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에 가입한 것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금융기관 역시 기업이긴 하지만 공익적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경련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았다”고 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 교수는 “은행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은행연합회를 통해 개진할 수 있기 때문에 중복해서 전경련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전경련 자체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연구 조직으로서의 탈바꿈을 검토를 해 보겠다는 상황이라 은행권에서 차제에 빠져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