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형 세단, 유럽 타이어 장착…독일 3사는 한국타이어
국내 완성차 업체가 국산 타이어를 외면하고 유럽 타이어 회사 제품 장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형 세단 고급화 바람을 타고 준대형 세단 등으로 신차 구매 수요가 몰리면서 수입 타이어를 활용해 고급차 이미지를 더하기 위함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올해 출시한 중형급 이상 볼륨 모델 대부분은 국내 타이어 제품을 장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올해 1월 출시한 준대형 세단 K7은 가솔린 3.3 모델 18인치 휠과 19인치 휠 타이어에 각각 미쉐린과 콘티넨탈 제품을 적용했다. 한국GM이 지난 5월 출시한 중형 세단 말리부는 19인치 휠에 콘티넨탈 타이어를 장착했다. 미쉐린은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기업이며 콘티넨탈은 독일에 본사를 둔 타이어를 포함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모두 유럽 기업이다.
르노삼성이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의 탈리스만을 가져와 국내에 내놓은 중형 세단 SM6만이 유일하게 전 트림에 국산 타이어를 장착했다. 중형 세단 고급화 선언으로 훌쩍 뛰어오른 SM6 가격에 수입 타이어를 기본 장착하기는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국GM이 중형 세단 말리부 2,0 터보 LTZ 모델 19인치 휠에 기본 장착한 콘티넨탈 타이어와 비교해 르노삼성 중형 세단 SM6 1.6 TCe 모델 19인치 휠에 들어가는 금호타이어 제품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단품 가격 기준 SM6의 19인치 순정 타이어인 금호타이어 마제스티 솔루스 KU50은 15만~16만원, 말리부에 장착된 콘티넨탈 콘티 프로 콘택트 TX 타이어는 30만원이다.
지난달 현대차가 출시한 준대형 세단 그랜저IG의 타이어 구성을 보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수입 타이어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현대차는 그랜저IG 18·19인치 타이어에 미쉐린 제품을 기본 장착했다. 1986년부터 현대차가 고급 준대형 세단으로 판매해 온 그랜저가 트림 구성에서 국산 타이어를 외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급차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수입 타이어를 채택했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앞서 현대차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모델 EQ900을 출시하며 국산 타이어를 떼어낸 바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12월 EQ900 기반 모델인 현대차 에쿠스에 기본 장착했던 한국타이어 제품 대신 미쉐린·콘티넨탈 타이어를 기본 장착했다. EQ900에서 시작한 현대차의 유럽 타이어 선호는 제네시스 대형 세단 G80과 스포츠 세단 G80 스포츠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에 갈 길 잃은 국내 타이어 생산 업체는 유럽을 향하고 있다.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모터스포츠가 발달한 유럽 시장에서 초고성능 타이어(UHP: Ultra High Performance)를 통한 이익 확대에 나선다는 것이다. 초고성능 타이어는 고속, 고온, 고압의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타이어를 말한다.
실제로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3사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는 초고성능 타이어의 비중 변화에 나서고 있다. 일반 타이어보다 15%가량 높은 마진율 덕에 국내 완성차 업체 고급 세단의 국산 타이어 외면 속에서도 꾸준한 호실적을 달성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6576억원과 영업이익 29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3.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3% 증가했다. 넥센타이어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26.5% 증가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초고성능 타이어 개발 과정에서 축적되는 기술 데이터는 일반 타이어는 물론 노면 소음 개선 타이어와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가 이 같은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9월부터 독일 스포츠카 제조사인 포르쉐에 SUV 모델 카이엔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유럽 프로축구 3대 빅리그 구장광고와 영국 맨시티와의 공식 파트너십 체결, 독일 메르세데스컵 테니스대회 후원 등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며 “유럽 완성차 업체로의 타이어 공급 확대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