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작품 미국서 리메이크에 역수입 바람도 솔솔
영화계에서 한미동맹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국내 작품의 미국판 리메이크 소식이 하나 둘 알려지고 국내 기업이 직접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도 나섰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576억원 짜리 할리우드 영화인 ‘옥자’가 봉준호 감독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다.
9일 영화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간 교류바람이 뜨겁다.
국내 영화투자배급 4강 중 하나인 NEW는 올해 유일한 1000만 영화인 부산행이 영어버전으로 리메이크 된다고 8일 밝혔다. 판권 계약을 체결한 상대는 프랑스 최대 영화사이자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꼽히는 고몽이다.
고몽은 그간 레옹, 제5원소 등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영화 등을 제작했다. 고몽 측은 영어버전으로 리메이크 해 미국 시장에 내놓을 작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역시 영화투자배급업계 4강인 CJ E&M은 10월 27일 2011년 개봉해 736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써니’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다고 밝혔다. 리메이크 버전은 CJ E&M과 미국 랫팩(RatPac)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진행 중이다.
같은 그룹 계열사이자 국내 멀티플렉스업계 1위인 CJ CGV는 할리우드에 직접 진출한다.
CGV는 지난 2일 서울 용산 CGV에서 미디어포럼을 열고 독자 기술로 개발된 다면(多面) 상영시스템 스크린X 전용 영화인 ‘위킬데스’ (We Kill Death)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CGV 측은 이날 국내와 중국 영화가 스크린X로 제작된 적은 있지만 할리우드 영화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위킬데스는 기획단계부터 촬영까지 모든 과정이 CGV의 스크린X로 제작되는 첫 작품이다. 내년 개봉 예정이다.
감독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에릭 브레빅 감독은 2008년 데뷔작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로 유명세를 탔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알렉스 긴즈버그 프로듀서는 “에릭 감독은 2억 달러의 박스오피스를 올린 연출자이자 시각효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국내 연출자의 이름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다시 보게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5000만 달러(약 576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옥자가 개봉하기 때문이다.
옥자는 미자라는 이름의 소녀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거대 동물 옥자가 막강한 다국적 기업에 납치되는 걸 막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다. 넷플릭스와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플랜B가 공동 제작을 맡았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틸다 스윈튼과 제이크 질렌할, 릴리 콜린스, 안서현 등 한국과 미국 배우가 다양하게 출연한다.
앞서 박찬욱 감독은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고 최민식이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루시’를 김지운 감독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인공으로 나선 ‘라스트 스탠드’를 연출해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위킬데스 제작 발표 자리에 참석한 서정 CGV 대표는 “작은 규모지만 할리우드 제작자를 통해서 제작기획 단계부터 처음으로 스크린X 영화를 만들게 됐다. 갈 길은 멀다. (그래도) 드라마, K팝에 이어 한국영화를 세계에 보여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