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탈퇴 공식화 후 금융공기업 3곳 내주 탈퇴키로

삼성과 SK가 탈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전경련은 향후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 사진=뉴스1

 

삼성그룹과 SK그룹 총수가 탈퇴 의사를 밝힌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회원사들의 탈퇴가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공기업인 산업은행·기업은행과 기술보증기금이 최근 회원 탈퇴 의사를 전경련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전경련 탈퇴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검토가 다 종료됐다. 오는 12일 탈퇴서를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도 같은 자리에서 "다음 주 전경련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도 12일 전경련에 탈퇴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금융공기업들의 잇단 전경련 탈퇴는 재벌 총수들의 탈퇴 약속 후 처음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6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를 공언한 바 있다. 두 그룹도 이르면 내년 초 전경련에 탈퇴서를 접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문제가 불거졌던 올해 국정조사에선 공기업들이 연이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국가 공공기관 9곳과 서울시 산하 세종문화회관이 전경련 탈퇴를 공식화했다. 지난 2012년에는 한국전력, 서부발전, 석유관리원, 과학기술원 등이 전경련에 탈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전경련이 이를 접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경련은 국회 청문회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 7일 긴급 임원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600여 개 기업이 회원에 소속된 만큼 당장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회원사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우선 청취하기로 했다.

 

재계 1위와 3위 그룹인 삼성과 SK가 탈퇴를 공식화함에 따라 전경련 위상 추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5대 그룹이 회비의 절반 가까이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두 그룹의 탈퇴로 전경련의 운영자금 역시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대표적인 재계단체로 입지를 다졌지만 반복되는 정경유착 사건과 그룹 간의 감정싸움이 더해지며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이 지난 2011년 회장직에 오른 후 후임자를 찾지 못해 3연임을 했다.

 

재계에선 청문회 당시 구본무 LG 회장이 언급한 대로 해체 후 산하에 있는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해 미국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싱크탱크로 거듭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정치권의 해체 요구와 재계 내부의 개혁 요구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 전경련 안팎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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