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투명성 확보, 주가부양이 관건…매각 가능성엔 의견 엇갈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공고를 내년 3월에나 낼 방침이다. 대우건설에 대한 지정회계법인의 검토의견 거절 때문이다. 대우건설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하 산은)이 대우건설의 2016년 사업보고서가 나오는 내년 3월 이후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는 산은이 당초 의도한 매각공고 기일보다 뒤로 미뤄진 일정이다. 당초 산업은행은 10월 28일 이사회에서 대우건설 매각을 의결했다. 내년 1월 중 매각공고를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정감사를 맡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지난달 14일 대우건설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미청구공사, 초과청구공사 등을 추산할 자료를 대우건설이 불충분하게 제출했다는 이유다. 정상적 사업보고서 검토의견을 받고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산은 측이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 매각절차의 관건은 주가부양, 회계투명성 확보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산은은 공모펀드인 ‘KDB 밸류 제6호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하고 있다. 펀드 만료일인 10월 지분을 전량 매각해야 한다. 8일 대우건설 주가는 종가 기준 5290을 기록했다. 산은 지분매입 당시 대비 3분의 1 이상 떨어진 주가다.
지난 8월 23일 취임식을 가진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은 취임 전부터 “주가부양을 위한 산은 측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인수 대상자에게 대우건설의 낮은 주가는 저렴한 매각대금으로 이어지기에 유리하다. 다만 산은 측은 더 많은 매각대금을 얻길 원한다.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균형가격 형성에 대우건설 주가는 중요한 요소다.
수주산업인 건설업은 원가율 산정을 통해 공사 진행률을 산출한다. 이 과정에서 매출액이 발생한다. 다만 실질적 현금유입 없이 공사 진행률에 따라 매출액이 잡힌다. 이에 회사의 자의적 원가율 산정에 의한 부실회계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대우건설의 회계 투명성을 입증해야 유리하다. 대우건설이 올해 사업보고서를 정상적으로 공시한 뒤에 매각절차가 진행돼야 산은도 ‘제값’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우건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종합시공능력평가액 시공능력평가액 9조 4893억원으로 시공능력평가순위 4위다. 매각공고 이전 대우건설 인수 대상자로 SK건설, 부영주택, 호반건설이 거론됐다. 이들 건설사가 대우건설 인수시 시공능력평가순위 3위인 포스코건설(시공능력평가액 9조 9732억원)을 넘어 2위인 현대건설(13조 2774억원)에 근접해진다. 대우건설 인수기업은 5대 건설사의 하나로 도약한다.
대우건설 인수 대상자가 거론됐을 때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수 대상자로 거론된 건설사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SK건설은 주택·공공부문, 부영과 호반건설은 종합 건설업자로의 역량 강화가 이유였다”며 “인수 대상자의 필요가 맞아떨어지면 대우건설 매각도 어렵지 만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대우건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힘들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국내외 건설시장 경기 불확실성이 증대가 가장 큰 이유다. 국내 주택시장 경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저유가로 인한 해외건설 업황악화로 인한 건설사 실적부진을 국내주택 시장이 메꾸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해외건설 사업이 전체 매출액의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에 크게 의존하는 재무구조다. 대우건설의 큰 덩치와 재무구조는 주택시장 경기 악화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택시장 경기가 내년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무리하게 대우건설을 인수할 가능성은 클지 의문”이라며 “결국 해외기업의 대우건설 인수가 그나마 생각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대우건설의 주택 브랜드 프리미엄이 다른 건설사보다 압도적으로 좋지 않다. 또한 인구감소로 주택시장 확장도 어렵다. 해외기업이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국내 주택시장에 진입할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