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아예 장을 안 본다…대통령 빨리 물러나고 시민들 일상 찾아야"

8일 오전 한산한 청량리 청과물시장. / 사진=정지원 기자

최순실게이트 여파가 재래시장까지 미쳤다. 서울 대표 재래시장 중 하나인 청량리 경동시장에선 최순실게이트가 장기화되면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곳도 있었다. 촛불민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퇴진의사를 밝히지 않자 촛불집회가 매주 이어지고 있어 장을 보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오전에 찾은 서울 청량리 경동시장은 한산했다. 배, 사과, 감 등 제철 과일이 박스에 담겨 천장까지 쌓여 있었지만 봉지귤이나 바구니에 담긴 부사, 배를 사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경동시장에서 5년째 청과물 장사를 해왔다는 김영숙씨는 “사람들이 장을 안본다. 매출이 작년의 3분의 1밖에 안된다​. 대통령이 빨리 물러나고 누구든지 대신해 시민들의 삶이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면서 "단감 박스 15kg에 3만5000원이다. 매출이 떨어진 데는 5만원 이상 처벌대상인 김영란법보다는 시위 영향이 큰 것 같다. 국회가 빨리 나서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상점의 김상철씨는 봉지에 사과를 담으면서 “요새 사람들이 잘 나오지 않는다. 매출이 작년의 절반도 안되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당초 김영란법으로 인한 농가 위축 우려가 컸지만 경동시장 상인들은 김영란법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경동시장에서 청과물 도매장사를 하는 이영우씨는 “5만원이 넘는 상자는 아직 없다. 설 대목이 가까워지면 가격대가 올라가겠지만 지금은 거의 3만원 안팎"이라면서 “재래시장은 원래 선물을 하러 오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김영란법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시를 파는 한수광씨는 “사람들이 시장에 나오지도 않는다. 김영란법은 마트하고 상관있을지 몰라도 여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공급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재래시장 매출이 하락한 요인은 공급보다는 수요에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12월 농산물 가격전망에 따르면 배 도매가격은 전년보다 하락하고 사과·감귤·단감은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2월 과일 가격을 ▲사과는 출하량이 줄어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가격이 소폭 상승한 2만4000~2만6000원/10kg ▲ 배 가격은 출하량 증가로 지난해보다 낮은 2만8000~3만원/15kg ▲감귤 가격은 출하량이 많으나 품질이 좋아 전년보다 높은 1250~1450원/kg ▲단감 가격은 출하량 감소로 전년보다 높은 2만6000~2만8000원/10kg으로 각각 예측했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장은 “사과를 제외한 감, 귤, 배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매출하락에는 불안한 정국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국 농협 중 매출액이 최대인 양재농협 관계자는 “사과나 배는 이미 출하됐고 저장이 아니어서 가격에 큰 변화가 없다. 귤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김영란법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 1인가구 증가, 수입과일, 경기위축 등 상황에서 주말에 시위를 하고 있어 장을 보는 사람들이 줄어든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촌경제연구소 본부장도 “김영란법은 재래시장과는 직접적 관계가 적다. 전반적으로 경기침체 탓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주말 집회가 있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일상적으로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 음식을 하던 가구가 줄어든 탓에 재래시장이 침체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야3당과 여당 비박계 의원들은 9일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결의했다. 하지만 촛불시위는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선범 박근혜정부퇴진비상행동 대변인은 “촛불시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지 않으면 탄핵안 가결과 상관없이 계속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더라도 직무정지된 상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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