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빈곤층 30년 넘은 노후주택 거주비율 42.2%…100만~200만원이면 가능한 단열공사부터

서울 한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독거노인이 전기장판 위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 / 사진=뉴스1
7일은 일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이다. 난방을 할 수 없는 저소득층은 다가올 한파가 두렵기만 하다. 내년도 에너지바우처 예산이 올해보다 145억원 줄어든 가운데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에너지양극화 심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는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재라며 최소한의 에너지는 반드시 공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저소득층이 살고있는 노후주택의 에너지효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전국 8개 도시 빈곤층 148가구를 대상으로 주거환경, 난방, 에너지복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가구 3/4 이상(76.4%)이 실내온도 20도 이하 냉골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집안 온도가 실외보다 낮은 경우도 8.8%에 달했다. 주택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절실한 30년 이상 노후주택은 전체의 42.2%였다.

문영록 전 한국주거복지협회 사무처장은 “에너지 빈곤층의 상당수가 에너지효율이 낮은 주택에 살고 있다”면서 “에너지바우처나 긴급복지 등 직접적인 에너지 지원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비효율적인 주택을 개보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 저소득층 주택개량 사업 등 에너지복지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성옥 청솔주거복지협동조합 실장은 “저소득층의 경우 주택 개보수의 기회가 주어져도 에너지효율화보다는 화장실이나 싱크대 보수 등 설비 수리를 하고 싶어한다. 춥지 않아서가 아니다. 바닥에 비닐을 깔고, 옷을 몇겹 더 입고 참겠다는 생각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복지는 생존과 직결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에너지복지는 건강이나 생존과 직결된 것이지만, 겨울철 난방에 곤란을 겪는 주민들은 한 번도 겨울을 따뜻하게 난 적이 없다. 그렇다보니 그분들이 충분하다고 하는 난방 수준 자체가 매우 낮다. 과연 현 수준으로 건강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노후주택 에너지효율화가 시급하다는 논의가 계속돼왔다.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부터 에너지복지법을 추진해왔다. 지난달 28일에도 에너지복지법안을 재발의했다. 에너지복지법은 에너지빈곤층을 정의하고 에너지복지기금을 별도로 마련해 저소득층 주택을 대상으로 에너지효율화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찬열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주택의 낮은 에너지효율은 에너지 빈곤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빈곤층이 거주하는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구입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한 정부 및 민간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면서 “에너지빈곤층이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사용으로부터 소외되지 아니하도록 에너지빈곤 문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에너지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정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바우처예산을 줄이는 등 저소득층 에너지복지 예산에는 무관심하다. 문제는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의원실은 상임위 요청에 따라 에너지복지사업에 드는 비용을 추계하고 있다. 이달 말에는 추계를 완료할 예정이다.

한편, 김성옥 실장은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쪽방을 에너지효율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만~200만원 선”이라면서 “일반적으로 창문을 교체하는 걸 선호하지만 실제로 에너지효율을 분석하면 비슷한 금액 투입시 단열공사가 창문교체보다 효과적”이라며 에너지효율화사업에도 우선순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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