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기존 시스템으로 해결 가능”
셀프주유소 과다 결제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 당국은 시스템 변경을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셀프주유소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기존 시스템으로 결재 오류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셀프주유소 결제는 ‘승인-승인-취소’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유할 금액과 실제 주유금액이 모두 결재된다. 이후 선결재액을 취소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카드 사용한도를 초과하거나 잔고가 부족해 오류가 발생하면 선결재액으로 결제가 진행된다.
예를 들어 ‘가득 주유’로 10만원을 미리 결제한다. 주유를 진행하다보니 실제 주유금액은 7만원이 나왔다. 결제 과정에서 시스템 장애, 한도 부족 등의 이유로 오류가 발생하면 미리 결제한 10만원이 청구된다. 소비자가 실제 주유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는 뜻이다.
정종섭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셀프주유소 87곳에서 일어난 결제오류 건수는 8301건에 달한다. 이 중 환급을 받은 건수는 3331건이다. 환급비율은 40%에 불과하다. 미환급된 액수도 2억1000만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이런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스템 변경(승인-취소-승인)을 권고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결해주는 밴사를 통해 셀프주유소에 시스템 변경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을 변경하면 돈을 떼일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다”며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보고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셀프주유소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카드사에서 결제 오류를 통보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시스템을 변경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입장이다. 셀프주유소 관계자는 “결제 오류가 나는 경우는 대부분 카드 한도 초과나 잔고가 부족할 때 발생한다”며 “기술상 문제가 발생해 결제 오류가 나는 경우에는 카드사에서 문자로 관련사항을 통보하고 환불해준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국 2000곳에 달하는 셀프주유소 중 시스템을 전환한 곳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최근 결제 오류 사태와 관련해 셀프주유소를 전수조사했다”며 “아직까지 과다 결제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결제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선결제 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테스트 하고 있다”며 “테스트가 끝나는 대로 직영 셀프주유소에 도입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