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역농협 직원은 '동네북'…떠안기식 농산물 수매에 보험 판매 할당까지 '죽을 맛'

 

사진=시사저널e

조합원과 소비자들 사이서 농촌 지역농협만 난처해지고 있다. 농협에서 하는 연금보험 판매 프로모션을 넘겨받을 때면 고객 유치가 힘들어 진을 뺀다. 농민들에게는 수매 문제로 시달리고, 소비자들에게는 품질 낮은 상품을 비싸게 팔았다며 민원이 쏟아진다. 


지역농협에서 5년째 일해 온 A씨는 “보험 판매 등 실적을 채우는 게 가장 고되다”고 호소했다. 그는 “시골에는 인구 자체도 적은데 매번 보험이벤트를 대도시와 같이 진행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할머니들이 연금 수령할 나이에 연금보험을 넣게 생겼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단위농협으로도 불리는 지역농협은 농촌에 더 많다. 농촌 지역농협의 주 고객은 고령의 어르신들이다. 물론 대도시보다 실적 할당량이 적지만 직원들은 그마저도 버겁다는 반응이다. 사람이 없을뿐더러 그마저도 노인이 대부분이니 새로운 상품을 추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A씨는 “창구가 아닌 경제사업소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을 만날 기회가 적어 자신의 가족을 대상으로 억지 판매하거나 스스로 자폭하는 수밖에 없다”고 표현했다.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려 했다는 A씨는 아직도 지역농협에서 근무하고 있다. 세 번의 사직서가 모두 반려됐기 때문이다. 인력난이 심각한 지역농협의 경우 새로운 사람이 잘 구해지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그만둘 수도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상사와 가족끼리 잘 알고 친인척 관계도 얽혀있어 단순한 공적문제로 풀 수 없는 문제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지역농협에서 일하는 B씨는 자신의 처지를 ‘동네북’에 비유했다. 그는 “조합원들은 저품질의 농산물을 비싸게 팔아 달라며 농협이 아니면 어디서 받아주겠느냐고 떠민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수매해서 제품을 판매하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좋지도 않은 제품을 비싸게 판다며 민원전화 받기 일쑤”라고 말했다.

지역농협은 조합원인 농민의 이익 증대를 목표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농협의 목적상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받아주는 게 맞지만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을 수매하다보면 정작 지역농협의 영업성과는 떨어지게 된다고 직원들은 지적했다.

조합장 선거가 있을 때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A씨는 “조합장 선거철이면 현조합장이 표를 얻기 위해서 기존 재고에 상관없이 모든 조합원의 물건을 수매하라고 지시한다”고 밝혔다. 농협 조합장은 3선까지 가능하다. 이렇게 재고로 남은 제품들은 손해를 보며 행사를 통해 저렴하게 팔 수밖에 없다.

노조 측은 정부 수매제가 부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쌀 가격도 최저로 떨어지고 재고도 늘어난 현 시점에서 수매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며 “지역농협이 정부기관도 아닌데 농업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 떠안아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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