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전환 관측속 허창수 회장 "안팎 의견 들어봐야"…내부 직원들 '멘붕'
삼성·SK 등 주요 그룹 총수의 탈퇴 의사 표명으로 개혁·해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은 6일 진행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요구에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폐지에 반대한 구본무 LG 회장도 근본적인 개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전경련은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이승철 상근부회장 주재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전날 청문회에서 나온 주요 그룹들의 탈퇴 문제 등과 향후 진로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선 쇄신이 불가피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전날 청문회에서 개편 방안으로 제시된 싱크탱크로의 전환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6일 청문회에서 재벌 총수들에게 전경련 탈퇴를 요구하며 전경련이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와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싱크탱크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경련 해체엔 반대 입장을 밝힌 구본무 LG 회장도 한국판 헤리티지 재단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언급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와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와 함께 미국 3대 싱크탱크로 통한다. 1920년대 설립된 브루킹스 연구소는 비교적 진보적인 성향으로 민주당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1970년대 설립된 헤리티지 재단은 보수적 성향으로 공화당과 정책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경련의 싱크탱크 전환을 결정할 경우 이는 사실상 친재벌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한국판 헤리티지 재단으로의 변모가 예상된다. 싱크탱크로의 전환 과정에서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은 전날 전경련 해체 및 개혁 방안에 대해 "각 회원에게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며 "의견을 들어보고 각계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서 나아갈 방향을 판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전경련으로선 싱크탱크 전환 과정에 600개 내외인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자체 개혁안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욱이 싱크탱크 전환에 앞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전경련에 향한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은 다시 공세를 높이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경련을 해체하고 가지고 있는 기본 자산을 활용해 대한민국의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경련 자발적 해체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같은 당 이언주 의원도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경련 내부에선 전날 재벌 총수들의 전경련 탈퇴 발언 등에 대해 적지 않게 동요하고 있다.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구조조정 등 인력 조정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한 직원은 "(삼성 등 탈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말그대로 멘붕(멘탈 붕괴)이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