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엔진·브라우저·인공지능 번역까지 판박이
“구글이 정밀지도를 원한다면 법대로 하면 된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10월 24일 개발자 행사인 ‘DEVIEW 2016’에서 말했다.
네이버가 세계적 기업인 구글과 겹치는 사업전략을 세우고 있다. 구글처럼 검색 서비스에서 출발한 네이버는 구글을 제치고 국내 검색 서비스 1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안방 호랑이를 벗어나 새로운 시장,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구글을 추격하고 있다.
이 의장 발언 당시 구글은 정부가 제작한 한국 정밀 지도를 반출하기 위해 신청한 상태였다. 국내법상 정밀지도를 재가공하거나 해외 반출하려는 업체는 국내에 서버를 두고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구글 서버는 아일랜드에 있다. 이 의장은 공식석상에서 구글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지난 달 18일 불허결정이 나기까지 국내에서 지도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던 국내업체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지도 서비스 원조이자 이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이 경쟁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정밀지도 반출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지도 서비스를 출시한 후 무료로 지도 API(개발자가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제공되는 인터페이스)를 공개하는 등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도 사용자 수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지도 서비스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선 반대로 네이버가 구글을 추격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내년 1분기 내 지도서비스를 영어로 출시한다. 이런 결정에는 위치기반사업 대상을 내국인에 국한하지 않고 확장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내정자는 “앞으로 휴대폰과 자동차와의 연결이 벌어지면서 위치정보 플랫폼이 더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지도 뿐 아니라 검색이나 번역 같은 서비스에서도 구글을 추격하고 있다. 구글처럼 지도서비스를 플랫폼 삼아 다양한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려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부터 인공지능 번역은 일부 기능에서 기존 구글 서비스를 넘어서려 한다. 창업을 지원하고 초기기업을 육성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도 구글이 사업을 확장해온 방식과 비슷하다.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에 최적화된 자체 브라우저 크롬을 내놨듯 네이버도 1일 웨일 베타 버전(제품 성능을 시험하고 오류를 고치기 위해 배포하는 제품)을 출시했다. 베타 버전으로 공개된 웨일은 한 탭에 여러 창이 뜨는 멀티태스킹, 자체 검색이나 번역 결과를 팝업으로 보여주는 기능을 담았다.
파파고는 현재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 4개국어를 지원한다. 이 분야에 먼저 뛰어든 구글은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터키어 등 8개 국어로 인공신경망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 기간을 고려했을 때 네이버의 성장세는 무섭다. 구글은 1998년 창업 당시부터 인공지능 기업을 목표로 달려왔다. 2013년와 2014년 들어 인공지능 기업과 로봇 회사를 대거 사들이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5년 전부터 관련 기술을 본격 개발해왔다.
네이버는 구글처럼 관련 기업 인수를 통해 신기술을 고도화하려 한다. 최근 프랑스 음향 기술 스타트업 Devialet (드비알레)에 대한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기술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라면서 “기술력을 한 단계 더 높이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기업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국내외 우수 인재들도 적극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