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의원·금융위 공매제도 개선 나서…"상장사 실적개선이 우선" 목소리도
코스닥이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에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스닥이 과도하게 하락한 것은 공매도와 같은 제도적인 이유가 크다고 보는 까닭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회와 관련 부처에서는 개인이 쉽게 대응할 수 없는 공매도에 대한 금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도보다는 코스닥 상장사의 경쟁력 강화가 더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코스닥 지수가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6일 581.35로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전날보다 1% 올랐지만 그동안 하락했던 것에 비해서는 소폭 올랐다. 코스닥 지수는 7월말까지만 하더라도 700선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하락하며 17% 가량 주가가 빠졌다. 전날인 5일에는 코스닥 지수가 23개월만에 570선으로 내려앉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바이오주 하락세와도 관련성이 큰 것으로 풀이 된다. 연초 이후 코스닥 지수를 끌어올린 제약·바이오 업종은 지난 9월 한미약품 사태를 시작으로 주가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6조원대 기술 수출 계약을 맺으며 제약·바이오 업종의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9월 30일 독일 제약업체 베링거잉겔하임과 계약한 8500억원 규모 기술 수출이 해지되면서 한미약품을 비롯한 제약·바이오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실제 3분기 바이오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게 나오면서 하락세가 더욱 커졌다.
또 중국발 금한령(禁韓令·한류 금지령) 탓에 중국 관련 주식이 약세를 보인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한국 관련 콘텐츠나 한국 여행에 대한 부정적인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 달 20일(현지 시각) 이언왕(藝恩網)과 텅쉰(騰迅)오락 등 중국 인터넷 연예 뉴스가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과 한국 작품을 리메이크한 콘텐츠의 방송 금지 및 한국 배우의 예능 참여 금지'에 대한 구두 지침을 각 방송국 책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매도 등 제도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데 따른 것이라고도 분석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바이오주 재평가, 중국발 금한령, 최순실 게이트 등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재료들이 최근에 쏟아져 나오고는 있지만 유독 코스닥만이 과도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개인이 쉽게 대응할 수 없는 공매도와 같은 제도적인 문제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 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이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주식이나 채권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는 식이다. 통상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사용하는 전략이다. 개인 투자자도 거래 증권사에서 빌려 팔고 후에 재매수해 상환하는 대주거래 형식으로 공매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대주거래를 할 수 있는 종목과 수량은 한정돼 있다. 이 탓에 공매도에 적절한 대응이 쉽지 않다. 대주거래를 제외하면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물량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한 상황이다. 매도 세력이 공매도 물량을 쏟아내면 주가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지는데 문제는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과도하게 하락하는 투기성 공매도가 개인 투자자 피해를 키운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공매도와 관련된 정책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0일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는 종목을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고 다음 거래일에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는 공매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또 기업의 유상증자 추진 기간에 해당 기업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는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없게 하는 공시제도도 손보기로 했다.
나아가 공매도 금지 법안도 발의됐다. 이달 5일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를 금지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공매도를 이용한 투기자본의 불공정 거래 행태가 이미 도를 넘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상장돼 있는 코스닥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장 안정성이 낮아 공매도로 인한 기업가치의 왜곡과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코스닥 상장사가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증권업계 연구원은 “올해 코스닥은 3분기 누적 매출 성장이 5% 밖에 되지 않은 반면 시가 총액은 급증해 있던 상태였다”며 “최근 하락세는 이러한 상황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지수가 더 상승하기 위해선 코스닥 기업 실적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