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글로벌 경쟁력 높일 기술개발 박차…"자생력 확보가 그룹 전체에 이익"
현대·기아차 부품 납품으로 매출을 올려온 현대자동차그룹 부품사가 현대자동차그룹 버리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 생산량이 지속 감소하는 데 따라 고객 다변화를 통한 자체 생존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 납품에 의존하는 수직 계열화로 시장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도 그룹 계열 부품사가 친정 버리기에 나선 이유다.
1977년 7월 현대정공으로 시작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핵심 부품사로 올라선 현대모비스는 오는 2020년까지 현대·기아차가 아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매출을 현재 10%에서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핵심부품인 파워트레인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다이모스는 현대자동차그룹 외 다른 거래처 수주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의 품질을 담당하며 현대·기아차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 왔으나 최근 독자 생존 방안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자체 기술력과 영업능력 확보를 통해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그룹 전체에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점유율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준대형 세단 신형 그랜저 출시에 힘입어 국내시장 점유율 70%를 회복했지만, 올해 초 80%를 넘어섰던 점유율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세타2 엔진 내구성 결함 논란은 직분사 엔진인 GDI 등으로 소강 조짐은 커녕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현대위아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친환경 사륜구동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기술력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에 일괄 납품으로 인해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현대·기아차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부품사인 현대위아 매출 부진에 직격탄이 됐다. 현대위아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64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7% 감소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 부품 공급에 더해 전체 매출의 10%를 해외 완성차 업체에서 가져오면서 현대위아와 달리 선방한 실적을 거뒀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 생산 물량 감소에도 불구, 국외 핵심부품 판매 증가로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7% 늘어난 7217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거래처 확보에 일찌감치 나섰던 현대다이모스는 지난해 중국 8개(지사 1개 포함), 미주(미국·브라질·멕시코) 5개, 유럽 2개, 인도 1개로 총 15개 법인에서 3조20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현대다이모스 관계자는 “중국 등 신흥국 자동차 시장을 중심으로 듀얼클러치 변속기 수요가 늘고 있다”며 “고객 다변화를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독자노선 확대를 선언한 부품사는 기술개발(R&D)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기 위해선 글로벌 부품사에 버금 하는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다이모스는 R&D에 대한 집중 투자를 바탕으로 핵심 기술을 내재화해 파워트레인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에 쏟는 비용의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2014년 매출액 대비 1.4%에 불과했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1.73%로 늘어났다. 올해 3분기까지 현대모비스가 연구개발에 들인 비용은 매출 대비 1.79%로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아울러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지난 10월 서산주행시험장에 자율주행기술 검증을 위한 자체 시험로를 구축했다.
친환경차 기술 개발도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총 3단계로 이뤄진 친환경차 핵심 부품 개발 단계 중 최종 단계에까지 올라와 있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의 친환경 브랜드 아이오닉 시리즈에도 현대모비스의 친환경 설계 기술이 60%가량 반영됐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와의 협업을 통해 친환경차 핵심 기술을 독자 개발해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불타는 수레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있어 기술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현대모비스가 기술개발 비용을 늘리고 있지만, 기술 개발에 매출 대비 10% 가까이 투자하는 보쉬와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