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총 500억원 사회 환원 약속…지역 관광인프라 및 콘텐츠 개발 적극 나서
최순실 게이트로 안갯속이던 면세점 특허 심사 진행이 다시 궤도에 놓이면서 각사의 면세사업을 주관하는 인물들의 경영방식과 유치 공약 등이 눈에 띈다. 신규면세점 시장 진입하려는 현대백화점그룹과 사세확장을 노리는 신라HDC, 신세계DF, 기존사업자인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3장의 면세특허 티켓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5곳 기업에서 면세사업을 이끄는 수장들의 면모와 경영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새롭게 면세 시장 진출을 노리며 도전장을 내민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기업의 위기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 실패보다 실패가 두려워 현실에 안주할 때 찾아온다”며 신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8월 현대백화점은 자본금 100억원을 투자해 면세사업을 위한 별도 법인을 세웠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법인 대표는 이동호 대표가 맡아 면세사업을 총괄한다. 그는 1984년 입사 이래 줄곧 기획과 재무 관련 업무를 맡아오면서 정지선 회장의 경영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물로 꼽힌다. 최근 인사에서 현대백화점 그룹의 신임부회장에 발탁되기도 했다.
이번 인사로 이 대표는 정지선 회장의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실현하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면세점 운영을 위해 브랜드와의 협업, 유치, 구성력이 중요한 가운데 그룹 핵심 인사가 신규사업인 현대면세점의 대표를 역임하며 사업을 주관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신규 면세점 입찰 당시에도 인천 영종도 인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입찰기업 프레젠테이션(PT)을 직접 진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10월 4일 이 대표가 직접 특허신청서를 제출했다. 최근에도 매주 직접 면세점 사업 회의를 주관하며 관련 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재무통 이동호 대표, 재무건정성 카드 꺼내
이 대표가 재무부서에 몸담았던 재무통인 만큼 현대면세점은 재무건정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백화점의 재무건전성을 중심으로 사회 환원에 주력하고 있다. 아직 면세사업 영업장이 없는 현대백화점이 기존 사업자와 정면 승부할 수 있는 항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면세점은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권 획득시 안정적인 면세점 사업 운영을 위해 자본금 규모를 현재 100억원에서 2000억원대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은10월초 이부회장이 관세청에 제출한 특허신청서(사업계획서)에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도 우수하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의 부채비율은 53.2%며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지불한 이자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은 93.2배를 나타냈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 중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은 65.7%며 신용등급(회사채 기준) 역시 AAA에 이어 상위 두 번째에 해당하는 AA+를 기록하는 등 면세점 사업 운영을 위한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면세점은 지난달 23일 앞으로 5년간 총 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면세점 도전 당시 잡았던 300억원 목표에 200억원을 더했다. 추가 금액 중 100억원은 지역문화 육성, 100억원은 소외계층 지원에 쓸 계획이다.
이 대표는 “면세점 특허 취득 후 5년 누계 예상 영업이익의 20%인 5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영업이익의 20%가 500억원에 못 미쳐도 부족분을 채워 500억원을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 지역 관광 인프라 개발에도 힘줘
이 대표는 지역관광 인프라 확대에 일조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 면세점이 무역센터점에 입지를 확정한 가운데 코엑스 일대가 랜드마크로 자리잡으면 면세점 사업도 함께 상승할 수 있다는 복안에서다.
강남지역 관광 인프라 확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최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이 들어서 있는 코엑스 일대가 국내 첫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현대면세점은 강남구와 무역협회 등으로 구성된 '강남구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민관합동추진위원회'의 일원으로 합류해 국내 최초로 코엑스 일대 건물 외벽에 초대형 옥외광고물 설치가 가능하도록 이끌었다.
이 대표는 대규모 지역사회 투자 외에도 코엑스 일대 관광개발을 위한 6대 관광인프라 및 6대 관광 콘텐츠 개발지원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현대면세점이 코엑스 단지를 내세워 외국인 관광객을 모객하겠다는 전략보다 한 층 더 구체화된 전략이다.
코엑스 일대 관광 인프라 개선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관광인프라 개발지원을 위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정문 앞 광장에 한류 스타를 테마로 한 1000㎡(303평) 규모의 강남돌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압구정동에서 청담동까지 대형 연예기획사가 밀집된 지역에 조성된 한류(韓流) 스타거리도 현대면세점이 들어서는 무역센터점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서울지역 면세점의 경우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관광 인프라 및 콘텐츠마저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강남구청, 한국무역협회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해 강남지역 관광인프라 및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무리수로 과장 홍보 논란도
이 대표가 이끄는 현대면세점은 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무리한 과장 홍보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일 국내 주요 면세점에 루이비통, 디오르 등 해외 명품 브랜드를 공급하는 ‘부루벨코리아’와 ‘특허 취득 조건부 입점협약’을 체결했다며 면세점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입점을 확약(確約)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협약 당사자인인 부루벨코리아가 이를 부인했다. 부루벨코리아는 현대를 제외한 10여 개 국내 면세점에 공문을 보내 “취급 브랜드의 입점을 현대백화점에 추천하겠다는 의향서(LOI)를 체결했지만 현대면세점과의 이번 협약이 루이비통 입점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며 입점 여부는 루이비통 본사에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면세점은 아직까지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명품브랜드 유치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번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5개 대기업 중 유일하게 기금을 출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 윤리 측면에서는 다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면세점 특허 입찰기업 프레젠테이션(PT)을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