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HV 하나방송 인수…몸집 부풀리기로 경쟁력 확보 나서
케이블(SO) 업계가 장기적인 생존전략에 돌입했다. 사실상 이동통신사와 인수합병(M&A)할 길이 막히면서 업계 1위 CJ헬로비전과 다른 케이블 업체들은 자력으로 생존할 방법을 찾고 있다.
CJ헬로비전은 하나방송을 인수한다고 6일 밝혔다. 창원시, 통영시, 거제시, 고성군 등 경남 일부 지역에서 같은 권역을 두고 경쟁하던 하나방송을 인수함으로써 CJ헬로비전은 해당 케이블 권역을 독점하고 유료방송 점유율을 높이게 됐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변동식 대표가 말했던 경영 정상화의 일환”이라면서 “(CJ헬로비전은) 몸집을 키워 우리회사 뿐 아니라 케이블 업계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는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 불허 이후 CJ헬로비전 경영 정상화를 위해 그룹에서 돌아왔다. 변 대표는 10월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M&A는 대안 중 하나였다”면서 “케이블 협회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원케이블(One Cable) 전략으로 다른 케이블 업체와 힘을 합치고 때에 따라서는 시장 주도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아직도 CJ헬로비전이 주요한 인수합병 대상으로 꼽힌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 업계 1위로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높은 데다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로 알뜰폰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회사가 중소 케이블 업체를 흡수하는 것이 가격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케이블 업체 인수는 경영정상화 과정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인수 대상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케이블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플랫폼을 대형화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블 시장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 되도록 하고 업계가 자체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려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유료방송발전방안도 케이블 업계 반대로 난항을 겪으면서 이동통신사와 케이블 간 인수합병 자체도 단기간 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현재 관심이 집중된 방안 중 하나는 유료방송 권역을 폐지하고 케이블 업체를 전국 사업자화 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케이블 지역 권역 제도가 폐지될 경우 이통 3사와 케이블 업체 간 인수합병의 길이 열릴 것이라 주장한다.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허하면서 양사 합병 시 CJ헬로비전 방송 권역 내 점유율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대형 케이블 방송사들은 지역 사업자로 자기 권역을 독과점하기 때문에 인수합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시장 침체로 고심하고 있는 케이블 업계는 “퇴로가 막혔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케이블 업계는 그럼에도 지역권역을 폐지가 오히려 케이블 시장을 황폐화할 거라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역권역을 폐지하면 이동통신사가 지역 중소 케이블 업체를 인수해 기존 MSO가 사업하던 지역 방송망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유료방송발전방안도 논란을 낳으면서 케이블 업계는 우선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은 '홈IoT', '미디어커머스', '홈케어' 같은 신기술 융합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은 내년 초에 서비스 지역 별로 통합된 지역채널 브랜드를 만들어 지역채널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HDR이나 4K 초고화질(UHD) 급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딜라이브는 디지털 방송 서비스에서 리모컨으로 각도를 조정할 수 있는 360도 가상현실(VR) 앱을 시범 출시하기도 했다.
변동식 대표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기존 사업의 성장을 다시 점화하고 신사업을 추진해 케이블 '퀀텀점프(Quantum Jump, 대약진)'의 기회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