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관련 고객 약속 어기더니 징계 내용 비밀유지까지 어겨"
"(자살보험금은) 보험사와 고객 사이 약속이다. 약속을 어긴 생명보험사에 도의적 책임이 있다. 이런 생보사가 이제는 비밀 유지가 명시된 금융감독원 징계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배신감마저 든다."
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두고 생보사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생보사가 고객과 약속만 아니라 비밀 유지가 명시된 금융당국 징계 통보를 언론에 흘리며 당국과의 약속도 어기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대해 제재 내용을 통보한 바 있다. 제재 통보를 받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는 삼성생명(1585억원)·한화생명(83억원)·교보생명(1134억원)·알리안츠생명(122억원) 4곳이다.
금감원이 해당 생보사에 보낸 제재 통보 내용에는 영업권 반납이나 최고경영자 해임 등 중징계 내용이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별로 제재 내용을 명확히 기재하지 않고 제재 수위가 포괄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영업권 반납 등 중징계는 징계 내용 중 일부다. 최종 제재 수위는 낮아질 수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4개 생보사에 금감원이 중징계 제재 조치가 통보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금감원 내부에선 자료 유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통보한 징계 내용을 생보사에서 언론에 흘려 오보가 발생했다"며 "금감원이 대형 보험사 문을 닫게 하거나 최고경영자를 해임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처럼 나왔지만 이는 금감원이 할 수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생보사에 통보된 징계 내용은 범위 형식으로 나갔다. 예를 들면 해임권고부터 문책경고까지, 견책부터 주의까지, 면직부터 감봉까지 식"이라며 "이중 최고 수위 징계 내용만 빼서 언론에 나왔다. 비밀 유지가 필수인 내용이 언론에 잘못된 방식으로 나와 상당히 당혹스럽다"라고 토로했다.
생보사는 금감원 징계 내용 관련 언론 보도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살보험금은 재해사망특약 약관이 잘못 작성돼 발생한 일이라며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선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이 언론에 흘린 것이 아닌가 싶다"며 "소멸시효 경과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어 (보험금을) 지급하면 배임죄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생보사들은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고객들이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고객이 받을 수 없는 보험금이 약관에 적혀 결국 지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생보사는 약관에 의해 자살보험금을 주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4곳 보험사는 오는 8일까지 금감원이 보낸 징계 내용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를 반영해 22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최종 징계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이후 금융위원회에 징계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후 금융위에 위원회 심사를 통해 징계 내용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