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0대 판매 벽 넘었어도 법인 및 지자체 판매 대부분…“2세대 전기차에 맞설 경쟁력 없어”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아이오닉으로 웃었다. 지속해 내리막길을 걸었던 아이오닉 브랜드가 전달에 비해 지난달에는 4배 가까이 판매량을 늘려서다. 특히 지난 6월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095대가 팔리며 월 판매 1000대 벽을 넘었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친환경차 아이오닉은 1425대가 팔리며 전월 376대와 비교해 1000대 넘는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카가 340대, 전기차가 1085대로 전기차만 월 판매량 1000대를 넘어섰다. 아이오닉 전기차의 11월 판매량은 1095대로 전월 349대와 비교해 213% 뛰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단일 모델 기준 1000대 넘는 판매를 기록한 것은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최초다. 기아차 쏘울 EV, 레이 EV, 한국GM 스파크 EV 등이 전기차로 판매됐지만, 세 개 차종을 다 합쳐도 월 판매량 1000대의 벽을 넘기는 어려웠다. 한국GM은 판매 부진에 따라 스파크 EV 생산중단을 선언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이 같은 선전은 현재 국내 시장에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맞설 전기차가 없는 탓이다. 이에 국내 차량 공유 업체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도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0분 단위 등으로 충전 시설이 설치된 서비스 거점에서 전기차를 빌릴 수 있어 충전 인프라 부족에 따른 이용자 불안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린카는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연내 10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자체 공모 물량이 풀리면서 판매량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환경부는 롯데렌터카가 축적해온 전기차 카셰어링 및 장·단기렌터카 운영 노하우로 보다 경제적이고 편리한 상품을 개발해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환경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수도권 공공기관의 저공해차 의무구매비율을 30%에서 50%로 확대하는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을 지난달 17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복합 전비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복합 전비는 전기차 연료소비효율로 휘발유 1갤런을 넣는 비용으로 전기차를 충전했을 때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
문제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판매가 법인과 지자체에만 몰려 올해를 끝으로 판매량 증가가 멈출 수 있다는 데 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구매한 개인 고객은 크게 늘지 않은 데다 내년 2세대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차량 공유 업체의 전기차 구매도 이동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카셰어링 업체 쏘카는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500㎞를 넘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전기차를 차량 공유 서비스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2위 업체 그린카는 현재 제주도와 서울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68대를 운영 중이며 연내에 100대까지 확대할 예정이지만 추후 아이오닉 전기차 확대 정책을 고수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1회 충전으로 300㎞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편의상 2세대 전기차로 구분한다. 국내에는 아직 주행거리가 200㎞ 이하인 1세대 전기차만 판매되고 있다. 올해 1~10월 1480대가 팔려 전기차 시장 1위인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91㎞다.
이에 2세대 전기차로 분류되는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 테슬라가 내년 국내 시장에서 세를 넓히면 국산 전기차는 졸지에 ‘넛 크래커’(선두기업에는 기술력, 후발기업에는 가격에서 밀리는 현상)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는 2세대 전기차를 2018년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국내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 속도와 인프라 등의 환경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며 내년에는 더욱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개인 판매 비중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지금이 정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기술력은 중국에도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달 판매량 증가는 정부 정책에 의한 한정된 성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