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서 긴급토론회 열려…"울산으로 가져간 LPG 운반선 건조라도 되돌려야"
내년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가 단행될 경우 군산시민 2만명의 생계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북 경제의 24%를 떠받치는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으면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것이란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군산조선소는 당장 2017년 4월 이후에는 수주한 물량이 없어 도크(Dock·선박을 건조·수리하기 위해서 조선소·항만 등에 세워진 시설) 가동을 중단할 처지에 몰려 있다.
5일 국회에서 군산조선소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위원장 등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에 내년도 선박을 단 1척도 배당하지 않았다. 따라서 군산조선소의 내년도 건조 물량은 0건이다. 노동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사실상 '도크 가동 중단'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군산조선소 폐쇄 위기는 악화된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처지를 반영한 것이다. 올해 국내 조선업의 일감은 12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2014년 1260만CGT(표준화물톤수)였던 수주량이 지난해 1090만CGT로 줄었으며, 올해는 920만CGT까지 떨어졌다. 전년대비 15.6%나 감소한 것이다. 선박 수출도 전국 평균 8.5%나 감소했다.
그간 군산조선소는 지역 경제 중추 역할을 해왔다. 조선소 가동 이후 전북 인구는 1만 5000명이 증가했다. 수출에서도 군산조선소는 전북 수출의 8.9%를 차지할 정도로 톡톡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생산유발효과가 연간 2조2000억원, 고용유발효과만 6000명에 달한다.
조선업계 불황 탓에 군산조선소 근로자 10%이상은 이미 실직 상태다. 86개 관련 업체 중 8개가 이미 폐업했다. 6000여명에 달하는 근로자와 132개의 협력 업체는 실직 위기에 놓여 있다. 군산시민 28만명 중 2만명이 조선산업과 관련이 있다. 군산조선소 폐쇄는 이들 생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량실직, 조선소 유관 협력사의 줄도산 등 지역 경제 후폭풍이 예상된다.
도크가 10개에 달하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는 달리 군산조선소 도크는 단 1개 뿐이다.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가 다른 지역 조선소보다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울산조선소 도크 2개도 폐쇄 대상이다. 울산조선소는 몇 개 도크 가동을 중지해도 나머지 도크로 일감을 해결할 수 있다. 군산조선소는 다르다. 도크가 단 한 개이기 때문에 이를 폐쇄한다는 것은 곧 군산 조선업의 몰락을 뜻한다.
한 전북지역 조선업 종사자는 “도크가 1개 뿐인 군산조선소는 다른 조선소와 다른 문제 해결 방식이 적용돼야 한다. 1개 있는 데 1개를 없애라면 그 말은 곧 죽으라는 것 밖에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 10월 조선지역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업계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책 중에는 대형선박 발주지원을 위한 2.6조원 상당의 선박펀드 조성이 있다. 일반 금융회사 60%, 국책 금융기관 30%, 해운회사가 10%의 돈을 내고 배를 만들면 해운회사가 용선료를 내고 배를 빌려 쓰는 방식이다.
하지만 군산조선소 위기를 타개해 줄 직접 방안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 의견이다.
JY중공업 이홍열 대표는 “(10월 정부 대책의)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군산에 해당되는 방안들이 별로 없다. 전북·군산 조선산업 생존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건조할 선박을 확보하여 도크를 채우는 것”이라며 “정부가 말하는 국내조선사 고통분담은 단 한 개의 도크만을 운용 중인 군산조선소로 하여금 남들을 위해 네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인 전북지역 조선업 종사자들은 “우리의 요구는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하나뿐인 도크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박 건조 물량을 요구할 뿐이다. 내년부터 건조해야 할 LPG 운반선 2척을 울산으로 가져갔는데 이를 군산에 되돌려달라는 게 잘못된 것인가”라고 외쳤다.
또 “조선업 특성상 한 번 폐쇄가 되면 인적 물적 인프라 손실로 인해 다시 가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조선업의 끈을 절대 놓아선 안된다”고도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책임은 정몽준 전 의원에 있다. (군산조선소 폐쇄 관련)정 전 의원에게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다”라며 “조선업은 기복이 심한 업종이다. 지금 살려놔야만 앞으로 조선해운 사업이 좋아졌을때 재기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