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심 전분기 대비 대출 1.2% 늘어…바은행 부동산 대출은 30% 치솟아
지난 3분기 국내 산업별 대출이 다시 늘어나 기업대출 잔액이 1000조원에 다가섰다. 전분기 대출 규모가 감소했던 제조업과 건설업 부분에서 다시 대출이 증가했고 부동산은 여전히 높은 대출 수준을 보였다.
다만 일반 예금은행보다는 저축은행, 신협 등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대출이 급증한 게 두드러졌다. 시중은행이 기업들의 부실채권 발생을 우려해 산업대출 요건을 강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6년 3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3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 잔액은 2분기 대비 15조7000억원(1.6%) 증가한 98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9% 증가한 수치로 2013년 1분기 이후 11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올해 2분기 대비 3조2000억원 증가한 333조6000억원, 서비스업은 11조4000억원 늘어난 55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제조업은 2분기 대출 증가율이 0.4%였을 정도로 대출이 위축된 상태였다. 하지만 3분기 들면서 1%대 증가율로 다시 회복했다. 다만 3분기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대출 규모가 감소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지난해 3분기 대출 증가분은 6조7000억원, 12조4000억원이었다.
제조업 내 세부업종으로 보면 섬유·의복·신발 업종의 대출 증가율이 컸다. 이 업종 3분기 대출 증가액은 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3% 증가했다. 그 다음으로 목재·종이·인쇄 업종 대출이 전분기 대비 1.7% 늘었다. 전분기에는 11개 제조업종 중 4개 업종 대출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분기 들어서는 11개 업종 모두 대출이 증가했다.
서비스 업종에서는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가 여전히 두드러졌다. 3분기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은 전분기 대비 5조4000억원(3.3%) 증가했다. 부동산 및 임대업 3분기말 대출 잔액만 169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1% 증가했다.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 잔액은 서비스 업종 전체의 30.4%를 차지한다.
건설업 역시 대출이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건설업은 2분기만하더라도 대출이 6000억원 감소했었다. 하지만 3분기에 접어들면서 대출이 증가했고 9월말 대출 잔액은 2분기 대비 3000억원 증가한 3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9월말 대출 잔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 감소했다.
대출기관 기준으로 3분기 산업 대출을 들여다보면 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간 온도 차가 있었다.
비은행권 대출 증가율이 일반 은행권 대출 증가율보다 가파른 모습을 보였다. 일반 은행권을 지칭하는 예금은행 3분기 대출은 전분기 대비 1.2% 증가했다. 반면 수출입은행,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3분기 대출은 전분기 대비 3.4%나 급증했다.
9월말 대출잔액으로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 진다. 올해 3분기말 예금은행 대출 잔액은 81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3분기말 비은행예금 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17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급증했다. 일반 은행이 부실채권 우려 등으로 대출 요건을 강화하면서 자금 조달이 급해진 기업들이 제 2 금융권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 및 임대업에서 이러한 경향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및 임대업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대출 증감률은 예금은행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 17.9%에서 올해 3분기 12%로 줄었다. 반면에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17.9%에서 올해 3분기 29.3%로 치솟았다.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하더라도 비슷한 증가율을 보였지만 올해들어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은행들이 구조조정의 영향을 받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심사도 강화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탓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비은행예급 취급기관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