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만으로 부족 지속가능성 고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고 FTSE100 지수 구성종목인 레킷벤키저(LON:RB.)는 위생용품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이다. 최근 5년간 평균 매출액은 149억달러(약 17조원)가 넘고 당기순이익은 33억달러(3조8000억원)에 달한다. 배당성향(Payout Ratio)은 66.35%나 된다. 말그대로 투자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업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지탄의 대상일 뿐이다. 

 

#BMW, 유니레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콥(B Corp.)이 되려 하고 있다. 이제 비즈니스에서 성공은 수익성만으로 정의될 수 없어서다. 주주들의 이익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익(Benefit)까지 고려해야 성공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시대다. 이에 비콥 한국 파트너 기관이며 사회혁신 컨설팅, 임팩트 투자 업체 MYSC의 김정태 대표 만났다.

 

김정태 MYSC 대표 / 사진=시사저널e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으로 이익이 될만한 곳에 투자를 했더니 수익률도 좋다는 취지가 아닙니다. 투자 수익률도 높은데 사회적으로도 이익이 되는 투자입니다"

김정태 대표는 지금까지 임팩트 투자를 바라보는 가장 큰 오해가 투자 수익률이라는 점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투자 수익률에서 조금 손해보더라도 사회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취지의 사회공헌 투자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임팩트 투자는 수익률에서도 다른 투자들과 비교할 때 뒤쳐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회수(EXIT)가 완료된 투자들의 수익률은 11% 수준입니다.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는 7곳인데 이 가운데 2곳은 투자회수가 완료됐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투자회수에 실패한 사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내 기준금리가 1.25%를 기록하고 예금금리는 2%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11% 수익률 주목할 만한 숫자다. MYSC와 보다 직접적인 비교대상이라 할만한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기록한 지난해 해산 조합 평균 수익률(내부수익률(IRR) 기준)은 7.48% 수준이다. 김 대표에게 수익의 비결을 묻자 투자 원칙으로 대답했다.

"MYSC에는 투자 원칙이 몇가지가 있습니다. 수익률이 5% 미만이면 그 투자는 사회 공헌이지 투자는 아닙니다. 그런 투자는 우리도 하지 않습니다. MYSC는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회적 효과를 중요시합니다. 사회적 문제가 시간이 흐르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는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김 대표는 사회적 문제가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될지는 MYSC의 첫번째 투자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MYSC의 1호 투자는 쉐어하우스 서비스 업체 '우주'다. 이 업체는  대형 평수의 집을 임대한 뒤 젊은 층에게 보증금 부담 없이 월 30만원에 거주하도록 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서울에만 23개 쉐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고 대기인원은 150명을 넘었다. MYSC는 지난해 옐로우 파이낸셜 그룹에 보유 지분을 매각해 투자회수에 성공했다.

"우주에서 1호 모델을 하기 전에 투자제안서를 가져왔을 때 저는 하나만 봤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거주 문제가 개선될 것인가 생각했고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즉시 보통주 투자를 제안했습니다."

최근 MYSC가 관심을 두고 지켜본 사회적 문제로는 세 가지를 들었다. 북한 탈주민의 생활 개선 가능성과 노령층의 삶의 질 악화 문제, 발달 장애인의 자립 등이다. 여기서도 MYSC의 투자 원칙은 적용됐다. 예를 들어 북한 탈주민의 생활은 개선이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 기업 '메자닌아이팩'과 '요벨' 투자는 이렇게 결정됐다. 이달에는 발당장애인 일자리 창출 기업에 투자기로 했다.

김정태 MYSC 대표가 비콥(B Corp.)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김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과거에 정의되던 기업의 목적, 즉 주주가치 극대화는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주주가 아닌 사회 구성원들의 이익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는 기업이 성공한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MYSC가 국내 파트너 기관을 맡고 있는 비콥이 대표적이다.

"비콥은 글로벌 혁신 브랜딩입니다. 주주들을 위한 이익뿐만아니라 지역사회에게도 기업이 이익을 내고 있는지까지 생각합니다. 옥시가 영국에서는 좋은 기업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최근 밀레니얼 세대 (2000년도를 전후로 태어난 20대~30대초반 세대)의 특징은 자신의 직업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심이 높습니다. 옥시를 다니는 청년이 인스타그램에 사원증을 찍은 사진을 올릴 수 있을까요. 친구들이 어떤 댓글을 달지가 과거 세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김 대표는 이런 인식이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성장 시기에는 기업의 회복 탄력성에 관심이 높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해서다. 회사가 위기에 처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사랑받는 기업은 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BMW의 100주년 기념식에서 첫번째 순서는 비콥의 대표이사가 맡았습니다. 유니래버, 바스프 등은 비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추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MYSC는 현재사회적 이익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 중입니다. MYSC의 수익 가운데 70% 가량이 이런 컨설팅에서 나옵니다." 

국내에서 비콥 인증을 받은 기업은 10곳이다. MYSC를 포함해 보청기 제조업체 딜라이트보청기,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 등이 인증을 받았다. 대기업 중에서는 아직 인증기업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사업 환경이 달라지고 있고 사회적 이익을 만드는 회사가 시장을 가져갑니다. 이제는 대기업이라고 생존하는 것이 아니고 혁신하고 있는 기업이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더 많은 기업들이 비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김정태 MYSC 대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학 석사를 마치고 헐트국제경영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 석사과정을 마침.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팀장으로 근무. 현재 사회혁신 컨설팅·임팩트 투자 업체 MYSC의 대표이사. 
저서로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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