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쏘나타 부진에 신차도 고전…신형 그랜저 효과로 12월이후 반전 기대
반전은 없었다. 11월 자동차 내수시장에서도 현대·기아자동차는 부진했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 기아차는 레저차량(RV)이 판매호조를 보였지만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만년 ‘마이너 3인방’으로 불리던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는 판매 훈풍을 이어갔다.
지난해 현대차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실적이다. 작년 11월 쏘나타와 신형 아반떼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누적 10만대 판매를 고대하던 모습이, 올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올해 내놓은 현대차 신차가 ‘F학점’을 받아든 가운데, 내년 현대·기아차가 내놓을 신차가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1월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 보다 13.1% 감소한 5만6632대를 판매했다. 최근 신형 모델을 출시한 그랜저(구형 모델 3145대, 하이브리드 모델 233대 포함)가 7984대 팔리며 전년대비 판매하락폭이 10월(30.4% 감소)보다 줄었지만 하락세가 이어졌다.
기아차는 11월 국내 시장에서 4만8906대를 판매했다. 모닝과 올해 초 출시된 신형 K7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카니발, 모하비 등 RV 차종의 인기가 지속됐으나, K3, K5, 스포티지 등 주력 차종의 판매 감소로 전체 판매량이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현대·기아차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마이너 3사는 전년대비 판매량이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판매 볼륨자체가 워낙 적었던 탓에, 기저효과를 누린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마이너 3사의 주력 차종 판매량이 심상치 않다.
한국GM은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50.6% 증가한 1만6736대를 팔았다. 회사 출범 이래 최대 11월 실적이다. 중형세단 올 뉴 말리부가 판매 핵(核) 이었다. 올 뉴 말리부는 11월 4149대 팔려나가며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389.3% 급증했다. 경차 스파크도 지난 한달 간 6533대가 판매돼 전년 동월 대비 46.1% 늘었다.
르노삼성은 11월 내수에서 총 1만2565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보다 두 배 넘게(109.2%) 판매량이 급증했다. 효자는 중형세단 SM6였다. SM6는 지난달 5300대 판매됐다. SM6는 10월과 11월 모두 전월보다 각각 20.7%, 4.1%씩 판매량을 늘리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도 3859대를 판매되며 힘을 보탰다.
쌍용차는 11월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한 9475대를 팔았다. 쌍용차를 적자 늪에서 건져낸 티볼리 판매량이 전월대비로는 6.5% 줄었지만, 전년 대비로는 3.4% 증가했다. 여기에 코란도 스포츠는 판매량도 전월, 전년대비 각각 8.6%, 25.8%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이 같은 실적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작년 11월 현대차는 신형 아반떼 선전에 실적이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한 6만5166대를 판매했다.
쏘나타와 신형 아반떼 양두마차가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쏘나타는 작년 11월 총 1만328대 판매되며, 내수 판매 차종 중 작년 첫 누적 10만대 판매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아반떼도 11월 1만119대가 판매되며 쏘나타 뒤를 이어 차종별 내수 판매 2위에 올랐다.
반면 올해 현대차 판매라인업에서 이 같은 절대적 판매량을 자랑하는 모델이 없다. 작년 국내 내수시장을 이끌던 쏘나타와 아반떼 판매량은 11월 판매량이 각각 5907대, 7752대로 반토막났다. 구형 차종 부진을 만회했어야 할 신차 아이오닉과 i30 판매량은 월평균 1000대선 밑에서 머무르고 있다.
현대·기아차 11월 내수실적은 10만5538대로 전년 동월 11만5197대와 비교해 8.38% 줄었지만 전월에 비해서는 21%가량 판매량이 확대됐다. 다만 신차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코리아세일페스타 효과를 등에 업은 일부 차종 판매증가 덕이 컸다. 현대·기아차 11월 점유율은 72.87%로 지난달 70% 이하로 떨어졌던 다시 점유율을 끌어 올렸다.
업계에서는 신형 그랜저 판매가 본격화 되는 12월 현대차가 내수점유율을 다시금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관건은 내년이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국내시장에 8종 이상의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 총 9종의 차량을 출시한 올해 보다 신차 종류는 적다. 다만 완전변경 모델과 시장에 새롭게 내놓는 신형모델 3종이 포함됐다.
현대차는 내년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형 고급세단인 G70과 현대차 신형 소형 SUV를 출시한다. 기아차 경차 모닝은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오고 기아차가 최초로 자체 개발한 4도어 프리미엄 스포츠세단(프로젝트명 CK)도 출시될 예정이다. 이 밖에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브랜드 G80 디젤, 프라이드 후속(YB) 등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달은 개소세 인하 혜택, 신형 아반떼 출시 등 기저 효과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국내 판매가 줄었다”면서 “본격 판매에 돌입하는 신형 그랜저를 중심으로 주요 차종에 대한 역량을 집중해 남은 한 달 동안 판매 확대에 힘쓰겠다. 내년에도 주력신차 모델이 출시되는 만큼 판매량은 점차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