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주시기 조정으로 각종 규제 떠앉아…인근 단지에 비해 2억원 차이까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3단지와 개포시영아파트는 시의 행정절차 처분으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대표적 단지로 회자된다. 십수년 간 재건축을 추진해 온 두 단지는 대모산 앞쪽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으며, 둘 사이 거리도 2km에 불과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세가 엎치락 뒷치락 하며 엇비슷하게 움직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같은평형일지라도 시영은 주공3단지에 비해 2억원 가량 낮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쌍둥이처럼 같았던 두 단지의 운명이 왜 엇갈린걸까.

시세변동은 서울시의 이주시기 조정 결정에서부터 시작됐다. 시영은 지난해 5월 14일, 주공3단지는 하루 뒤인 5월 15일 하루 차이로 조합원 관리처분총회를 갖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에 동시에 관리처분인가 접수를 냈다. 그 해 9월 서울시는 주공3단지는 관리처분인가 후 바로 이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시영은 이주시기를 4개월 뒤로 미룰 것을 통보했다. 단지 규모가 큰 시영까지 한꺼번에 이주하면 전세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수 있으니, 전세난 완화라는 사회적 편익을 얻기 위해 취한 적절한 조치임을 이해해달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결국 주공3단지는 서울시의 허가와 함께 곧바로 이주를 시작했고, 철거를 마친 뒤 4개월 전인 지난 8월 견본주택을 열고 일반분양을 시작했다. 그게 세상에 없던 호텔같은 아파트를 짓겠다며 나온 현대건설의 첫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 아너힐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거부 사태 등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고경쟁률 1198대 1, 평균경쟁률 100대 1로 올해 수도권 최고경쟁률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또 계약 4일만에 완판이라는 성과도 내놓았다.

주공3단지가 디에이치 아너힐즈라는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는 동안 재건축 추진에 발이 묶여 있던 시영은 변화무쌍한 부동산 시장 여건으로 규제만 잔뜩 떠앉게 됐다. 일단 11·3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1순위 청약조건이 까다로워진 만큼 시영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주공3단지)와 같은 청약열풍 신화 주역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또한 주공3단지가 웃돈을 붙여가며 분양권을 거래하더라도, 시영은 11·3 대책으로 인해 전매 때까지 자산처분을 할 수 없게 됐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내는 잔금 대출도 분할상환해야 하는 만큼 수요자들의 움직임도 둔화될 게 확실시된다.

이처럼 내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암울한 정책과 전망이 이어지자 시영 조합 측과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최근 당초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던 분양 일정을 4월 경 실시하기로 미뤘다. 분양전략을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서울시의 이주시기 조정으로 인해 시영은 주공3단지보다 총 8개월 이상 분양일정이 늦춰지면서 최근 트렌드라는 강남 숲세권이라는 입지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흥행도 장담할 수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같은 처지는 최근 시세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현재 주공3단지(디에이치 아너힐즈) 25평형의 경우 시세가 10억4000만원 가량인데, 시영은 26평형이 8억4000만원으로 주공3단지 보다 2억원 뒤쳐져 있다.

조합 측은 서울시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업지연으로 인해 추가분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 시영 조합원은 “조합의 귀책사유로 늦어진 게 아니라 행정청에 의해 강제로 늦어진건데, 시의 별도 지원책은 없이 불과 몇 개월 차이로 각종 규제만 잔뜩 떠안게 됐다”고 답답해했다.

최근 재건축을 추진중인 잠실, 반포, 압구정, 대치 등도 시영의 처지가 남같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한 조합원은 “공익을 위해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 우리에게도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시장 재임시절, 최고 60층 얘기가 나오던 게 이제는 조망권 등을 이유로 35층으로 제한한단다. 특히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이면서 일정은 늦춰지는데 이러다가 내 살아 생전에 새 아파트 입주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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