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수주절벽에 양적 구조조정 불가피…정부·금융사 묻지마식 지원 삼가야
경영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이 분사와 인력감축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지원조직 분사를 통해 연내 직원 2000명 가량을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사측은 수주절벽이 가팔라진 상황에서 이 같은 슬림화작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이 사세를 줄인다면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경영 비용이 줄어들며 자구계획 이행도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대우조선 ‘궁여지책’에 해직자에 대한 지원안을 찾기 어렵고, 몸집을 줄일 시 기업경쟁력 자체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우조선은 정보통신기술(ICT) 전문회사인 'DSME정보시스템'(가칭)을 내년 1월1일자로 설립한다고 2일 밝혔다.
DSME정보시스템은 대우조선이 100% 출자해 설립하는 자회사다. 대우조선 업무 프로세스 개선, 정보시스템 유지보수·개발, 데이터센터 운영 등을 담당하게 된다. 약 직원 150여명이 근무하게 되며 대표이사에는 대우조선 정보시스템 담당인 서흥원(53) 상무가 내정됐다.
DSME정보시스템은 향후 대우조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및 해외조선소를 상대로 프로세스 혁신컨설팅, 애플리케이션 개발, 솔루션 비즈니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대우조선의 ICT부문 분사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은 지원조직의 추가 분사를 통해 올해 안에 2000명 가량을 추가로 감축해 전체 임직원 수를 1만명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대우조선이 인력 감축과 분사 카드를 빼든 이유는 수주절벽이 심화된 탓이다. 대우조선은 연초 108억달러로 잡은 수주목표를 지난 6월 62억달러로 낮췄고 최근에는 35억 달러로 또 하향 수정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10월까지 13억달러를 수주했다. 수주목표에 턱없이 못 미친다.
대우조선의 ‘자르고 쪼개는’ 회생작업을 보는 업계 의견은 분분하다. 사측은 “수주난에 대응하기 위한 체질 개선 작업”이라며 이 같은 몸집 축소 작업을 정당화하고 있다. 자구책에 따른 부작용을 점치기에 앞서 일단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사운이 걸려있는 상황이다. 살아남아야 그 후 어떤 개혁이든 해낼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 자구책 하나하나를 오래 들여다 볼 형편이 못 된다. 아프더라도 빠르게 잘라내고 줄이고, 얻을 건 얻어낸 뒤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분사카드를 일찌감치 빼들며, 직원 내보내기에 속도를 내자 고용안정성에 금이 갔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에 대한 총 3조2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 전제조건으로 노조 무파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기존 1소장, 7본부·1원, 41담당, 204부였던 조직을 1총괄, 4본부·1원, 34담당, 159부로 축소하는 조직개편안을 시행한다고 1일 발표했다. 전체 부서 204개 중 55개 부서가 없어짐에 따라 담당 부서장 55명도 자동으로 보임이 해제됐다.
대우조선의 각 부서장들은 수석부장, 부장, 일부 차장급들이 맡고 있다. 수석부장의 경우 다른 회사의 상무보에 해당하는 직급이다. 대우조선에서는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에 속한다.
정부는 내년 대우조선에서 잘려나간 부서장급 직원들에 대한 지원예산을 편성해뒀다. 새해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전문인력역량강화 사업은 지난해 보다 151억5900만원이 늘어난 675억2000만원이 편성됐다. 이 중 70억원이 조선해양산업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퇴직자를 위한 대책 예산으로 책정됐다.
이 사업은 퇴직한 부서장 인력을 활용해 예비전문인과 저숙련 기술인 교육, 중소조선사 및 관련 기자체 업체 산학공동프로그램 교원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세부 내용은 ▲대학 재학생 및 저숙련 퇴직인력 교육(30억원) ▲산학협력 프로젝트(30억원) ▲기술코칭(1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조선사 기능인력이 아닌 부서장급 퇴직자를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대우조선만 해도 부서장급 직원 1명이 잘려나갈 때마다 3명 이상의 협력사 직원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조선산업 총 종사인원은 지난해 말 기준 20만3000명으로 그 중 조선사 직영인력과 사내협력사 인력은 각각 6만8000명, 13만5000명이다. 직영사원들보다 사내협력사 기능직들이 구조조정 위험에 더 노출돼 있는 것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전문퇴직인력중심 예산정책이 조선업 생산직에게 환영받을지는 의문”이라며 “산업부가 애초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생산부서장급 전문가인력 활용에 대한 구체적 방향이 적혀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 대우조선이 말로만 체질개선을 외칠 뿐, 정작 자구안 대부분이 채권단 지원과 비용 절감 등 근시안적 대책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기관이 대우조선 금융지원에 앞서 수주 수익성 예측 및 평가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대우조선은 계약 건수 올리기에만 급급한 채, 수익성 등에 대한 명확한 평가시스템 자체가 없었다. 또 한 번 이런 문제가 재발한다면 그때는 회사 뿐 아니라 지원에 나선 금융권도 끝”이라며 “조선사가 금융지원을 요청할 경우 사업성을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 (적자를 유발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있는 계약을 할 경우 지원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