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하락, 정기 보수에 매출 감소…이익 늘어나자 부채 상환하고 자본 늘려
◇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분기 대비 하락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매출은 9조70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 감소했다. 전분기 매출 대비로는 5.6% 줄었다. 3분기 동안 최대 수준의 공장 정기보수가 이어진 게 주원인이다. 3분기에 삐끗하는 바람에 SK이노베이션 누적 매출 역시 지난해 37조4884억원에서 29조4414억원으로 21.4% 감소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3분기 영업이익은 41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하지만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전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62.9% 줄었다. 그래도 2분기에 많이 벌어놓은 까닭에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2조379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9796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늘어난 이유는 매출원가에 있다. SK이노베이션 3분기 매출원가는 지난해 11조4824억원에서 올해는 8조883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원유를 원료로 쓰는 사업을 하는 까닭에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가 상승 국면에서는 원유 매입 비용이 증가하지만 유가 하락기에는 원유 매입 비용이 줄어든다. 지난해 7월초 배럴당 60달러대였던 두바이유는 올해 7월초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문별로는 매출 70% 가량을 책임지는 석유사업 부문이 3분기 매출 7조252억원, 영업이익 1조28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정유사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복합정제마진이 2분기 배럴당 6달러 수준에서 3분기 배럴당 5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화학사업 부문은 에틸렌과 파라자일렌(PX) 등 주요 제품의 양호한 시황이 지속하면서 3분기에만 영업이익 215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424억원으로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윤활유사업 부문 역시 판매량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3분기 영업이익 1170억원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전분기 대비 159억 감소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340억원 증가한 수치다.
석유개발사업은 판매물량 증가 및 가격상승으로 3분기 매출 1397억원, 영업이익은 3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20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4억원 증가했다.
◇ 부채 줄고 자본 늘어···부채비율 소폭 감소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재무구조를 더 강화했다. 3분기말 자산은 31조7796억원으로 지난해말 31조3598억원보다 4198억원 늘었다. 하지만 2014년말 자산 35조1013억원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1년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지난해말 12조8421억원에서 이번 분기 14조611억원으로 1조2190억원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3분기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3조4202억원으로 지난해말 3조196억원에서 소폭 늘었다. 단기금융상품도 지난해말 1조6399억원에서 2조7101억원으로 증가했다. 유동자산이 늘어난 만큼 지불능력이 향상됐다. 매출채권은 지난해말 3조4772억원에서 올해 3분기말 3조978억원으로 줄여 운전자금 부담도 낮췄다.
비유동자산은 지난해말 18조5176억원에서 3분기말 17조7185억원으로 7991억원 줄었다. 유형자산이 지난해말 13조9141억원에서 3분기말 13조5636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관계기업투자 및 공동기업투자, 무형자산, 장기대여금 등도 액수는 크진 않지만 지난해보다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
SK이노베이션 3분기말 기준 부채는 13조8618억원으로 지난해말 14조3134억원에서 4516억원 줄었다. 재화와 용역 등을 외상으로 구입하면서 발생하는 매입채무는 지난해말 2조7543억원에서 올해 3분기말 3조3488억원으로 5945억원 늘었다. 그러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말 3893억원에서 올해 3분기말 297억원으로 3596억원 줄었다. 또 비유동부채인 사채 및 장기차입금이 지난해말 6조1300억원에서 5조3732억원으로 7568억원 감소했다.
3분기말 자본은 17조9177억원으로 지난해말 17조463억원보다 8714억원 늘었다. 이익잉여금이 지난해말 9조4496억원에서 10조5194억원으로 1조698억원 증가한 게 컸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생긴 순이익으로 배당이나 상여 등의 형태로 사외로 유출시키지 않고 사내에 유보한 부분을 말한다. 그만큼 영업활동에서 생긴 이익이 많았다는 뜻이다. 자본은 늘고 부채는 줄면서 부채비율이 지난해말 83.9에서 이번 분기말 77.3으로 줄었다.
◇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 늘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지난해와 비슷했다. 올해 3분기말 영업으로 인한 현금 유입은 3조23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2648억원에 비해 소폭 줄었다. 당기순이익을 통해 들어온 현금이 1조5639억원으로 지난해 1조570억원보다 5069억원 증가했다. 대신 운전자본 조정을 통해 들어온 현금이 지난해 1조3790억원에서 올해 7950억원으로 줄었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지난해와 정반대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입이 2077억원이 있었다. 올해는 1조4382억원의 현금이 투자활동으로 유출됐다. 올해 장·단기 금융상품 매입에 1조772억원의 현금이 나갔다. 지난해엔 이 계정으로 612억원이 들어왔다. 또 지난해에는 페루 가스수송 법인(TgP) 지분 매각 등 종속기업 투자 처분, 관계기업 투자 처분으로 현금이 8956억원이 들어왔지만 올해에는 이 계정에 현금흐름이 잡히지 않았다.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지난해 3분기말엔 3조504억원이 유출됐다. 이 규모가 올해는 1조2635억원으로 1조7869억원 감소했다. 차이는 단기차입금에 빠져나간 돈이 줄면서 발생했다. 지난해엔 단기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2조7786억원의 현금이 나갔지만 올해엔 3589억원 나가는데 그쳤다. 이 외에도 배당금 지급으로 현금유출이 4513억원 발생했고 사채 및 장기 차입금 상환에 현금유출이 지난해보다 소폭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