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못하고 실적 채우려 거리로 나왔다"

 

지난 29일 서울 한 지하철 역 앞에서 우리은행 모 지점 직원들이 퇴근도 못 한 채 시민들에게 위비톡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 사진=장가희 기자

"아메리카노 드릴게요. 위비톡 가입 좀..."

지난 29일 오후 8시경 서울에 위치한 한 지하철 역 앞. 우리은행이라는 어깨띠를 두른 여성 네댓 명이 아메리카노를 드릴 테니 받아 가시라며 지나가는 시민들을 붙잡았다.

길을 멈춰선 시민에게 직원 한 명이 따라 붙더니 "위비톡에 가입만 해주시면 모 브랜드 커피를 무료로 드리겠다"며 유혹했다. 자신들은 근처 우리은행 직원이며 '위비톡 가입자'를 모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 동의를 구한 직원은 스마트폰을 건네받고 빠른 손놀림으로 위비톡 앱(app)을 다운받아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다. 직원은 "쓰시지 않으셔도 된다. 다운만 받아 달라"며 호소했다.

위비톡은 지난해 1월 우리은행이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다. 위비톡을 이용하면 우리은행의 위비톡 예·적금이 가능하며 관련 어플을 설치하면 환전 업무, 글로벌 송금도 가능하다. 중국어, 영어 버전도 이미 출시돼 있다. 생활 밀착형 금융서비스를 위해 맛집, 여행, 건강 등 다양한 생활정보도 접목했다.

일각에서는 위비톡이 금융권 메신저라 가입자 수는 늘릴 수 있지만 실제 사용량은 늘지 않을 것이란 한계도 지적돼 왔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대형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메신저와 멤버십 개발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입해 왔다. 이와 함께 멤버스를 비롯한 은행권 서비스 가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직원들을 쥐어짜고 있다는 비판도 받았다.

한 금융사 노동조합은 “직원들이 멤버스 가입 실적 압박에 시달린다”며 지난 6월 금융감독원에 회사를 지목해 집단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책임자 급의 한 직원은 위비톡 가입자를 유치하려 지하철 출구로 나오는 시민들을 붙잡고 머뭇 거리는 직원들에게 호객 행위를 강요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위비톡 가입을 권유한 직원은 "하루에 15시간 일한다. 근무하고 집에도 못가고 밖에 나와 시민들을 붙잡아야 하니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멤버십 및 모바일메신저 도입 과정에서 각 은행들이 임직원들에게 영업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며 “보너스까지 포인트로 지급하는 등 자사 상품 홍보를 위해 직원들을 쥐어짜는 방식의 영업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