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로 엔화 약세 지속시 국내 수출 기업에 악재…유가 하락도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

국내 증시가 쉽사리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와 유가 향방이 중요해지고 있다.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 이탈 강도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달러 강세로 무역 경쟁국인 일본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국내 수출 산업에는 부정적이다. 원자재 가격을 좌우하는 국제유가 역시 급락세를 보이면 자원국이 많은 신흥국 증시에 악재다. 이는 신흥국 증시로 분류하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증시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10일 이후 좀처럼 2000선을 뚫지 못하고 있다. 29일 코스피 역시 투자자들간 치열한 매매 공방 속에 시초가보다 1.29포인트 오른 1978.39로 장을 마쳤다. 이로써 4거래일 연속 1970선에 머물게 됐다. 코스닥 역시 600선에서 후퇴한 뒤 4거래일 연속 600선 탈환에 실패한 모양새다.

투자자별로 보면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눈에 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가 나빠지기 시작한 11일부터 29일까지 누적으로 455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323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개인은 11일부터 29일까지 누적으로 4354억원어치를 매입했고 기관 역시 169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달러 강세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로 풀이된다. 달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더욱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12월 기준 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중심 정책이 낳은 결과다. 주요 6개국(유로, 일본, 영국,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4일 97.08에서 25일 101.54로 치솟았다. 29일 달러 인덱스는 100.94로 소폭 내려오면서 진정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달러는 강세 국면 속에 있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하면 국내 수출 기업에겐 호재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무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까닭이다. 이러한 이유로 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동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인 상승이 둔화될 때 국내 증시가 상승 가도를 달리기도 했다.

문제는 달러 강세로 무역 경쟁국인 일본 환율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아 환율 효과를 보기 위해선 원대비 엔화 가치가 중요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가장 치열하게 경쟁한 나라는 일본으로 수출경합도가 58.8에 이른다. 수출상품구조가 절반 이상 비슷하다는 의미다. 실제 엔·원 환율은 11월초까지만 하더라도 100엔당 1100원대였지만 29일 기준 1038.71로 내려 앉았다.

국제유가도 투자자들이 지켜봐야 할 변수다. 국제 유가는 국내 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신흥국 전체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특징이 있다. 신흥국 주요 수출 품목인 원자재 가격과 연동하는 까닭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일반적으로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한다. 국내 시장은 10조달러대 글로벌 자금의 이정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EM)에도 편입돼 있다.

따라서 30일(현지 시각)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가 중요해졌다. OPEC 회원국들은 오스트리아 빈에 모여 산유량 감축 관련 공식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OPEC 회원국이 이달 감산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감산 합의가 성사되지 못할 경우 유가는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가 급락할 경우 국내 증시엔 부정적일 전망이다. 

 

달러강세와 국제유가 하락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일 전망이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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