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위 진퇴양난"…공적개발원조 예산 삭감 우려 때문
최순실 예산 의혹에 휩싸인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 심사가 보류됐다. 앞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코리아에이드 사업 예산 삭감에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통위 내부에서는 야당 의원들조차 코리아에이드 예산이 줄면 공적개발원조(ODA)사업 예산이 대폭 깎인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감액심사소소위원회(이하 감액소소위)에서는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가 해당 사업은 비선실세와 무관하다며 예산 추가 삭감에 완강하게 반대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3당 간사에게 예산 감액 결정권이 위임돼 각당 간사들에게 공이 넘어갔다. 28일부터 시작된 예산증액심사소소위(이하 증액소소위)결과에 따라 코리아에이드 사업 예산 삭감 규모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 “코리아에이드 사업 최순실과 무관”VS. 외통위 “외교부 말은 반만 옳아”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순회 버스를 활용한 이동식 원조사업이다. 올해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시범사업에서 캄보디아, 라오스, 탄자니아가 추가됐다. 외교부는 내년도 코리아에이드 예산으로 143억원을 요구했다. 여기에 센터운영비 18억원을 더하면 예산은 161억원 규모다. 예산은 전액 외교부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위탁하고 사업은 코이카가 집행한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금년도 코리아에이드 예산이 미르재단에 사용된 적 없고 내년도 예산도 미르재단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외교통상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외교부 입장은 반만 맞다”면서 “코리아에이드 사업 예산 중 문체부에서 집행한 예산에는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의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경협 의원은 “차량은 현대기아차에서 구입해 최순실 등 비선실세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문화, 식품은 비선실세 개입 정황를 의심할 만하다”고 밝혔다.
◇딜레마 빠진 국회...“그런데 ODA는 어쩌지”
최순실게이트가 불거지기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와 외교통상위원회에서는 코리아에이드 사업이 예산 편성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산안 편성시 타당성 조사와 사업심사위원회 거치기 전에 신규 사업으로 선정하는 등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 올해 수행한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업을 6개국으로 확대한 것도 문제로 꼽았다.
황수영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는 “미르재단은 정부보다 앞서 아프리카에 제공할 쌀 가공제품을 추진했고 이를 케이밀 사업으로 추진했다. 공적개발원조 전문성이나 경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류 확산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르재단이 정부의 개발협력외교 사업을 자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였다”라고 지적했다.
황수영 간사는 또 “코리아에이드 핵심사업인 보건사업 보건교육 영상물 제작은 더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과 수의계약을 맺어 진행했다. 결국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차은택 씨가 개입해 주도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관여한 배경과 절차상 문제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해 사업을 폐기시키고 관련 부처가 목적 외 예산을 전용해 코리아에이드 사업을 추진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외통위 소속 한 의원은 이를 두고 “딜레마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최순실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데는 여야 의원 간 이견이 거의 없지만 공적개발원조 예산이 줄어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국가총생산(GDP) 대비 공적개발원조 예산 비중이 상당히 낮다”며 “공적개발원조 비중을 늘려야 하는데 최순실 예산을 깎게 되면 관련 예산이 크게 줄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리아에이드 사업 예산 삭감 보류 관련해 “증액소소위에서 외통위 예산 증액 규모를 보고 3당 간사들이 코리아에이드 사업 예산 삭감 규모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