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높은 경상용차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 강화…SUV 등 판매 차종 확대 전략
중국 자동차가 달라졌다. 중국차에 따라붙었던 ‘짝퉁’이란 말은 옛말이 됐다. 디자인을 시작으로 동력계통까지 모방했던 중국차는 최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중국산 차량 구매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차는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으로 차종 확대에 나서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약적인 발전을 바탕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 역습에 나선 중국 자동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몰고올 충격파를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현대·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국내 자동차가 세계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첫 번째 근거는 가격 대비 성능으로 불리는 이른바 ‘가성비’였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쓸 만하다는 자동차라는 평이 퍼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중국산 자동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을 상대로 같은 전략을 펴고 있다.
가성비 전략의 선제 조건은 품질이다. 제품 품질을 담보하지 못하면 싸구려 자동차로 전락한다. 이에 중국산 자동차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국내 상용차 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상용차 시장은 일부 완성차 업체의 독점 공급을 무기로 가파른 가격 상승에도 품질 개선에 인색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소형상용차 CK 미니트럭과 CK 미니밴을 판매하는 북기은상기차가 국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5대 자동차 브랜드인 북경기차그룹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성비의 선제 조건인 제품 품질을 확보한 데다 한국GM에서 생산하고 있는 경상용차인 라보(경트럭), 다마스(경승합차)의 제품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 중국차, 국내 자동차 시장 ‘약한 고리’ 상용차 시장 공략
국내 상용차 시장은 품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시장으로 악명 높다.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완성차 업체가 제품 성능 향상을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 반면 정부는 상용차 보급 필요에 따라 완성차 업체 편의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한국GM이 배출가스감지장치(OBD)와 타이어공기압경고장치(TPMS)의 장착 의무화에 대해 단종 발표로 응수하자 정부는 관련 규제 적용을 유예했다.
한국GM 다마스와 라보는 특별한 모델 변경 없이 20년 넘게 판매되고 있다. 한국GM은 비교적 장착이 수월한 OBD를 2016년 1월, TPMS를 같은 해 7월부터 장착했지만 다른 차량에 의무화된 차체자세제어장치(ESC)나 브레이크잠김방지장치(ABS)는 장착하지 않고 있다. 라보, 다마스는 조수석뿐 아니라 운전석에도 에어백이 없고, ABS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산 자동차는 경상용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중한자동차에서 수입하는 북기은상기차의 CK 미니트럭과 CK 미니밴은 운전석·조수석 에어백 장착, ABS·TCS 같은 안전장비가 모두 들어 있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장치로는 파워스티어링, USB 소켓이 달린 오디오, 심지어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까지 장착돼 있다.
북기은상기차 경상용차 CK 미니트럭과 CK 미니밴 판매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각각 1085만원, 1140만원이다. 800~900만원으로 책정된 한국GM 경상용차 라보와 다마스보다는 비싸지만, 라보·다마스가 안전장치 의무조항을 충족할 경우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또 중한자동차는 까다로운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만족시켰고 2년 넘게 국내 테스트를 거치는 등 안전에 공을 들였다. 이에 따라 중한자동차는 CK 미니트럭과 CK 미니밴을 국내 시장에 정식 판매한 지난 1월 이후 3월까지 3개월 만에 총 108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전에서 배달업을 하는 조진호(29)씨는 최근 중한자동차에서 CK 미니밴을 구매했다. “다마스를 타고 배달을 가던 중 차량이 뒤집혔다”면서 “초행길에다 운전이 미숙했던 탓도 있지만 차세제어장치가 있는 차를 찾던 중 가격도 저렴하고 주변 평도 좋아 1000만원대 저렴한 CK 미니밴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자동차 수입에 가장 적극적인 중한자동차는 처음부터 라보, 다마스의 대체차종을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 중국차를 들였다”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 약한 고리 공략을 시작으로 브랜드를 알린 중한자동차는 연내 SUV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 틈새시장 기반으로 저변확대 나서는 중국산 자동차
실제로 중국차의 국내 시장 진출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중국산 차량 구입이 늘면서 수입물량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9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수입된 중국산 신차는 모두 140억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중국산 차량은 중고차를 포함해 3만6000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중국산 자동차 수입은 2007~2015년 연평균 10.3%씩 늘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국내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한 지난 2012년 이후 수입이 본격적으로 늘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니밴과 소형 트럭 등 틈새시장을 공략한 이후 버스 등으로 차종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아직 픽업트럭과 미니밴 등의 판매 대수가 많지 않지만, SUV가 들어오는 12월부터는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미 전국에 35개 대리점을 낸 상태이며, 정비업소도 72곳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중국 포톤자동차의 픽업트럭 툰랜드를 수입·판매하는 대웅자동차는 국내 유일 국산 픽업트럭인 쌍용차 코란도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툰랜드 초도물량 100대를 완판 한 대웅자동차는 경기권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한 후 15인승 다목적 미니버스 뷰 CS2를 국내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25인승 중국 선롱버스 두에고 모델은 2013년 제주도 내 관광버스용으로 100대가 상륙한 이래 국내에서 총 550여 대가 팔렸다. 이후 시내버스·시외버스 운송업체의 대량 구매로 2014년 수입량이 크게 늘었다. 중국 타이치그룹은 한국 화이바 버스사업부를 인수해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산 자동차는 급성장한 기술 수준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라며 "AS 망이 확충된다면 중국산 차량은 국내 서민층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 국내 업체들이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