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행장 유력…"회장직 관심 없다"

김형진 신한금융그룹 부사장 / 사진=뉴스1
"차기 행장, 회장직에 관심 없다. 라응찬 전 회장 라인도 아니다."


김형진 신한금융그룹 부사장은 28일 차기 은행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유력히 거론되고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김 부사장은 2010년 신한사태 이후 라 전 회장의 인물로 분류된 데 대해선 손사래 쳤다. 그는 라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6년간 대면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내년 3월로 다가오면서 차기 회장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신한금융은 1월부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후보들을 상대로 면접, 평판 조회를 거쳐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회추위 규정에 따르면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보험, 신한비엔피파리바자산운용 등 5개 주요 계열사 현직 사장은 '당연후보'로 차기 회장 후보에 포함된다. 이밖에 과거 경영진, 외부 명망가도 후보에 오른다. 금융계에는 신한금융 차기 회장은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김 부사장은 주요 계열사 사장을 역임한 적은 없어 차기 회장 자리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무 처리역량 뿐만 아니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 늘 계열사 최고 경영자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만약 내년 조 행장이 회장에 오르면 김 부사장이 행장이 될 수도 있다는 내부 평도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 5월 정기 이사회에서 유임이 결정됐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자세를 낮췄다. 그는 28일 기자와 만나 “차기 행장 또는 회장 후보가 될 실력도 없고 남들 앞에 나서고 싶지 않다”며 “여느 후보군들보다 리더십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장이 되고 싶은 뜻이 있는 분들은 홍보도 많이 하고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 하는 데 나는 그렇지 않다"는 말도 했다.

김 부사장은 행장이 되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주어진 업무만 수행하겠다. 워낙 샤이(shy·부끄럼을 타는)한 성격이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라 전 회장의 라인이라는 꼬리표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김 부사장은 신한사태 때 라 전 회장 편에 서 '라 전 회장 라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신한그룹이 지금처럼 성장한 건 라인이 있어서가 아니다"며 "신한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편 가르기한 것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억지로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선 안 된다"며 "자꾸 과거로 회귀해 직원들을 가르는 모습을 보면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의 임기가 내년 5월에 만료 되는 만큼 그의 거취를 두고 내부에서도 관측이 엇갈린다. 한 신한 내부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행장이 될 수도 있지만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신한은행장이 될 경우 김 부사장이 신한카드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임기 만료 후 제주은행이나 신한금융투자 쪽으로 옮길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김 부사장은 신한은행과 신한금투, 제주은행의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강대석 사장이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하며 그룹내 신임이 두터워져 있다. 김 부사장이 제주은행의 수장이 되기엔 제주은행 쪽에서 부담스러워 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사실 김 부사장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강한 리더십과 조직 장악력을 겸비했지만 기가 센 탓에 '신한금융그룹의 사장'이라는 달갑잖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신한금융에는 사장 자리가 없다. 이에 대해 내부 직원은 "임기가 6개월 남짓 남았는데 내부 직원들의 평가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조 행장보다 한 살 어린 1958년생으로 영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신한은행에 들어와 인사부장, 가치혁신본부장, 부행장을 거쳐 2010년 신한데이타시스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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