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부터 RPG까지…수익과 직결 IP 확보 전쟁은 필연
게임업계에 지적재산권(IP) 소송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게임 시장에서 IP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IP 관련 이권 다툼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지난 23일 모바일 게임 ‘부루마불’을 제작한 중소게임사 아이피플스는 넷마블게임즈의 ‘모두의 마블이’ 자사 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부루마불은 1982년 씨앗사가 선보인 종이 보드게임으로 현재까지 1700만장이 팔린 인기 게임이다. 최대 4명의 사용자가 주사위를 굴리며 도시를 사고 파는 형식이다.
아이피플스는 넷마블게임즈가 2013년 선보인 모두의 마블이 지난 2008년부터 자회사 엠앤엠게임즈를 통해 내놓은 모바일 게임 부루마불의 게임 방식, 도시 이름과 위치 등이 모두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엠앤엠게임즈는 부루마불을 모바일 게임으로 구현하기 위해 원작자인 씨앗사와 독점적, 배타적 사업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모바일 버전의 부루마불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2013년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이 출시된 이후 엠앤엠게임즈는 매출이 급감했으며, 지난해 사실상 폐업에 이르렀다.
아이피플스 관계자는 “모두의 마블이 출시되면서 부루마불은 매출이 급감해 자회사는 사실상 폐업했다”며 “반면 넷마블게임즈는 모두의 마블 성공에 힘입어 높은 영업 이익을 챙겼고, 종이 보드게임으로도 만들어 원작사 씨앗사마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모두의 마블이 출시된 지 3년여만에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서는 “모두의 마블이 출시된 당시에는 소송을 진행할 여력이 없었다”며 “넷마블게임즈처럼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고민됐던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저작권 침해 승소 판례가 늘어나고, 모바일 게임 표절 시비가 늘면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넷마블은 “해외에 이미 오랜기간 유사한 형태의 게임성을 가진 게임이 존재하고 넷마블은 지난 16년간 퀴즈마블, 리치마블, 모두의마블 등 동일한 방식의 게임을 서비스한 만큼 이 같은 소송은 매우 당혹스럽다”며 “법적으로 명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아이피플스는 내년에 새로운 부루마불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으로 유저들은 아이피플스라는 회사의 존재와 아이피플스가 새로운 모바일게임을 출시할 것이란 내용을 접하게 됐다.
아이피플스 관계자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을 그대로 두고는 게임을 출시해봤자 크게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넷마블과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 이번 소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보드게임뿐만 아니라 역할수행게임(RPG)과 관련된 소송도 진행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일 이츠게임즈에서 개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덴’이 자사의 대표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 IP 보호를 위해 이츠게임즈에 소송을 결정했다”며 “이츠게임즈의 신작 아덴은 자사의 리니지를 연상케하는 아이템 콘텐츠를 비롯해 저작권 침해요소가 있어 8월 내용증명에 이어 10월 소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츠게임즈는 지난 10월 넷마블이 인수한 게임 개발사로 아덴이 대표작이다. 아덴은 지난 7월 출시 이후, 29일 기준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3위에 올라 있다. 이츠게임즈는 아덴의 흥행에 힘입어 넷마블에 인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츠게임즈의 최대주주인 넷마블은 이번 엔씨소프트 법적 분쟁과 관련해 선을 그었다. 넷마블 관계자는 “게임의 전체적인 운영은 이츠게임즈가 맡고 있다”며 “넷마블은 아덴의 마케팅과 고객 서비스 운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츠게임즈측은 “아덴은 PC온라인 MMORPG를 모바일로 재해석했을 뿐 리니지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위메이드와 중국계열 게임사 엑토즈소프트간의 ‘미르의전설’ IP 소송전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르의 전설 IP를 위메이드와 공동 보유하고 있는 액토즈소프트는 지난 7월 위메이드가 중국의 킹넷사와 300억원 규모의 미르의 전설 IP 제휴 계약을 맺을 당시 액토즈소프트와 사전 합의하지 않았다며 한국과 중국 법원에 각각 가처분 신청을 냈다.
현재까지의 결과는 1승 1패다. 중국 법원은 액토즈소프트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한국 법원은 기각했다. 이에 지난 25일 액토즈소프트의 모회사 샨다게임즈는 “중국 지역에서 미르의 전설 IP의 독점 운영권을 강력 주장할 것”이라며 “샨다게임즈의 동의 없이 위메이드와 미르의 전설 IP의 라이선스 협력을 시도하는 업체에게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게임업계가 IP를 두고 소송까지 불사하는 이유는, IP가 곧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백개의 모바일게임이 출시되는 상황”이라며 “유명 IP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인기 IP를 활용해 캐릭터 사업등 게임외 사업으로의 IP 확장도 많이 시도되고 있다”며 “결국 IP 확보 전쟁은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