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유기동물보호소 예산 집행 0원…농식품부 “내년엔 차질 없다”
내년도 유기동물 보호시설 지원비가 편성됐지만 제대로 집행될 지는 미지수다. 유기동물보호시설 설치비는 지난 4년간 꾸준히 편성됐으나 제대로 못썼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예산을 지원할 지자체를 선정하는 것을 늦추고 있다. 선정된 지자체는 유기동물보호 시설 설치 반대에 부딪힌다.
농식품부가 편성한 내년도 유기동물보호시설 지원비는 13억8000만원이다. 유기동물보호시설 지원은 ‘동물보호 및 복지대책‘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유기동물이 많이 발생하는 지자체를 선정해 예산을 지원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예산 집행 실적은 전무한 상태다. 농식품부가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까지 유기동물호보시설을 짓는데 편성된 금액은 매년 3억원이다. 그러나 실집행률은 매년 떨어진다. 집행률은 2013년 91.3%(2억 7400만원)에서 2014년 26%(7800만원)으로 떨어지더니 작년과 올해는 0%다.
유기동물보호시설 부지 선정이 늦어진 탓에 예산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자신이 사는 지역에 이익이 안 되면 무조건 반대하는 행동)현상이 크게 작용했다. 유기동물보호시설을 혐오시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남시는 님비현상으로 사업을 미뤘다.
이 같은 문제는 수년전에도 있었다. 2013~2014년 보조금을 지원받은 청주시와 용인시도 부지를 재선정하면서 사업을 지연한 바 있다.
1년간 유기동물보호소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김정민(27·여) 씨는 “이웃 주민들이 반대하는 상황은 이해한다. 보호소 한 곳에 보통 50~70 마리씩 모여 있는데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어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붙인 곳이 대부분이라 외관상 좋지 않다”면서도 “유기동물은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에 맡기는 것보다 지자체가 관리해야 한다다”고 말했다.
유기동물 수는 한동안 감소하다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5월 공개한 유기동물보호소 현황을 보면 지난해 유기동물은 총 8만2100마리(개 5만9600마리)다. 2014년(8만1200마리)과 비교하면 소폭 증가했다. 2010년(10만900마리) 이후 감소하긴 했지만 꾸준히 발생해 보호시설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예산이 묶이는 상황도 있다. 올해 유기동물 보호시설 선정지로 뽑힌 전주시는 예산을 뒤늦게 지원받았다. 전주시 친환경농업과 관계자는 “2월에서야 국비 지원을 받았다. 전라북도·전주시 지원액은 6월에 확정됐다. 예산 편성이 늦게 돼 부지선정부터 운영방식(직영운영, 위탁운영)까지 정해진 게 하나도 없다. 사업비가 내년으로 고스란히 이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기동물 보호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기동물보호소 현황에 따르면 수용 가능한 유기동물 수(5월 기준)는 전국 2만 1970여 마리다. 전국에 집계된 유기동물이 8만 2080여 마리인 것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다.
농식품부는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내년도 예산집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광해 농식품부 동물복지계 사무관은 “유기동물 보호시설 사업을 신청한 지자체가 서너 곳 됐다. 그중에서 한 곳(전주시)을 선별하느라 예산 집행이 늦어졌다”면서 “내년에는 지자체 선정 때문에 사업집행이 늦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미리 지자체 선정을 완료했다. 이번에 선정된 서울시와 전남 순천시, 수원시, 대전시는 내년부터 보호시설을 설치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