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에 신주배정 금지, 법인세 과세,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국회 통과가 관건”
삼성그룹이 오는 29일 이사회에서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회에 계류된 상법·법인세법 등 대기업오너 일가의 우회지배를 저지할 개정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된 이들 3종 개정안은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높이는 꼼수를 저지하거나 이런 시도를 했을 때 세금을 매기는 방안이 담겨 있다.
◇ 자사주 활용 금지 상법 개정안(박용진 의원)
금융투자업계는 그동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지배구조가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삼성의 공식부인에도 이런 소문은 마치 기정사실처럼 인식돼 왔다.
그 이유는 바로 삼성그룹이 보유한 자사주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0.59%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 지분 등을 합해도 18.2%에 불과하다. 그룹지배구조 정점에 서기에 역부족이란 게 업계의 판단이다. 따라서 삼성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주장이 주목을 받았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9조6800억원의 자사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대기업들이 인적분할을 시도할 경우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만약 어떤 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 회사의 지배주주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비교적 쉽게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된 법인이 분할법인의 자사주에 부여한 신주의 의결권을 지배주주가 행사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박 의원의 상법개정안은 분할법인에 대한 자사주 배정을 금지하면서 이런 시도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분할신주에 과세, 법인세법 개정안(박영선 의원)
박영선 의원의 법인세법 개정안은 대기업 지배주주가 실제 인적분할을 통해 신주를 배정받았다면 여기에 양도이익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법인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기업이 일정한 요건을 갖춰 적격분할하는 경우 분할로 인해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를 이연하고 있다. 신주를 배정받은 지배주주는 사업을 접지 않는 이상 세금을 안내도 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이 개정안에 대해 “법인의 분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자기주식을 소유한 법인이 적격분할을 할 때 법인의 의결권 구성이 변경되어 법인의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분할법인이 분할신주를 배정받는 행위를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법인의 분할을 통한 대주주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를 촉진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상증법 개정안(박용진·박영선 의원)
공익법인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하면 항상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단어다. 공익법익은 그동안 재벌 총수일가의 우회지배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의 주식 3000억원을 매입하면서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이 이 부회장이기 때문에 계열사 지분은 당연히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상증법(상속 및 증여세법)은 피상속인 또는 상속인이 공익법인에 내국법인의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5%를 한도로 주식출연에 대한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면제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가 갖고 있는 자사주를 공익법인에 증여해도 증여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대기업 총수일가들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많이 쓰는 방법이다.
박용진 의원은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박영선 의원은 성실공익법인(요건 갖출 경우 출연주식의 10%까지 면세)이 일부 대기업집단에 의해 편법 상속·증여수단 등으로 악용되고 있으므로 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용진 의원은 공익법인이 갖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재벌 소속 공익법인들이 출연받은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면서 의결권 행사를 통해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유지함으로써 재벌들이 경제력을 집중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익법인을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이들 개정안들에 대한 재벌들의 견제가 심하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