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김경진 의원 주장…"청와대 외압 의혹 규명해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서초 더케이호텔에서 삼성물산 합병건에 대해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내린 결정사항에 검토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의 적극적 지원 배경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국민연금 전현직 주요 인사들에 대한 임명 배경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관리본부장의 임용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2013년말 기금운용본부장 선정을 위한 자문위원회의 '지원자별 경력점수 산정표' 결과 홍 전 본부장은 경력점수에서 지원자 22명 중 8위에 그쳤다. 또 '지원자 제출서류 검토 의견서'에서도 홍 전 본부장은 평가 등급 '중'을 받아 '상' 평가를 받은 8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홍 전 본부장은 하지만 면접심사대상 최종 9명에 선정됐다. 그는 기금이사 추천위원회의 면접심사에서 평균 87.00점으로 2위에 올랐다. 당시 면접관은 6명이었다. 당시 서류점수와 면접점수에서 1위를 기록한 인사는 온기선 전 동양자산운용 대표였다. 3위는 정재호 새마을금고 자금운용본부장, 4위는 유정상 전 피닉스자산운용 대표였다. 이들 네 명은 최종 추천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최광 당시 국민연금 이사장은 홍 전 본부장을 낙점했다. 당시 홍 전 본부장 임용은 최 전 이사장의 평소 발언에 비춰볼 때 의외라는 평이 많았다. 최 전 이사장은 "폭넓은 경험은 물론 국제 감각을 갖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뽑겠다"며 글로벌 감각을 우선 순위로 뒀다. 

 

홍 전 본부장은 하나은행 법인영업 총괄본부장,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등을 지냈지만 당시 기금운용 측면에선 내세울 경력이 부족했다. 그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대구고 동기였다. 반면 정재호 본부장은 외국계 금융사 근무 경력이 있었고 온기선 대표는 국민연금 운용역 출신으로 기금 특성을 잘 안다는 장점이 있었다.

 

강면욱 현 기금운용본부장 선임과정도 홍 전 본부장 선임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경력점수는 21.0으로 10위였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검토의견에서  "주로 소규모 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제 업무 경력이 과대 포장된 경향이 있음. 실제 자산운용 성과 및 외국어 구사능력에 대한 검증 필요"라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면접 심사 1위를 기록했다.

 

박영선 의원은 "국민 노후자금 500조원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장에 최경환 의원의 대구고 동창인 홍 전 본부장이 선임되는 과정,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고등학교·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강면욱 본부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 없었는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임명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사장 추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사장 후보자 접수, 서류전형, 면접은 지난해 12월 14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됐다. 

 

김 의원은 "통상 공공기관장 인사는 공고 기간만 15일에서 20일이 걸리고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는 약 20일 이상 걸린다"며 "내부 이사회나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검토해 상부에 보고하는 데도 1주일 정도의 여유를 갖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례를 무시하고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은 처음부터 문 전 장관을 이사장으로 내정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재산·범죄 등 결격사유에 대한 인사검증을 거치게 돼 있고 이는 보통 20∼30일 가까이 걸리는 일도 많다"며"일련의 과정이 생략된 것은 청와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당시 이사장 응모 인원 3명에 불과한 점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서류심사에서 심사위원 7명은 문 이사장에겐 모두 90점대 이상으로 점수를 준 반면 다른 두 후보자에겐 각각 80점대와 70점대 아래의 점수를 줬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메르스 사태로 38명이 숨진 책임을 지고 복지부 장관에서 불명예 퇴진한 문 이사장을 불과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재임명한 것은 인사 참극"이라며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압력을 가해 성공시킨 것에 대한 청와대의 보은 인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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