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신세계·대상 경쟁에 SPC도 몸집 키우기

국내 식자재시장 규모는 40조원으로 추산된다.프랜차이즈 성장도 호재가 됐다. 사진은 업계 1위 CJ프레시웨이가 식자재를 납품하는 삼송빵집 매장 모습. / 사진=CJ프레시웨이

 

대형 유통업체들이 일선 식당에 배추와 무, 양파, 쌀, 돼지고기를 팔고 있다. 40조원 규모로 커진 식자재 시장에서 유통 업체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CJ프레시웨이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신세계와 대상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식자재 시장과 거리를 뒀던 SPC도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식자재시장 내 대기업 점유율은 10% 내외다. 아직 진출여지가 많다. 기존 업계가 유통단계를 축소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외식업이 출점규제로 막혔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식품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데 용이하다는 점도 호재가 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등에 업은 식자재업계는 제조역량 키우기에도 나선 모습이다.

◇ 대기업 점유율 아직 10% 내외…영세업체 취약한 경쟁력도 원인

국내 식자재시장 규모는 40조원으로 추산된다. 65만개에 달하는 외식업장(음식점·주점업 사업체 등록기준)이 소비하는 식자재 규모는 70조원 수준이다. 이중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이 40조원을 차지한다.

대기업들 간 시장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식자재기업 상위 5개사의 시장점유율은 갓 10%를 넘겼다. 2010년에는 7.7%였다. 대기업이 자본력을 내세워 점유율을 키울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복잡한 유통단계 탓에 영세업체 가격경쟁력이 약하다는 점도 대기업 진출을 유인하는 요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에는 2만여 개의 영세업체가 활동 중이다.

최규완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열린 외식산업정책학회 추계세미나에서 발표한 ‘국내 외식 식재료 유통 현황 및 특징’을 통해 식재료 생산부터 소비까지 총 유통비용이 49.9%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식재료 가격의 절반을 유통비용이 차지한다는 얘기다.

매출 2조원으로 업계 부동의 1위인 CJ프레시웨이가 계약재배를 적극 내세우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CJ프레시웨이는 계약재배로 들여온 1차 농산물을 중소 식자재 상인이나 식당 상인에게 공급하고 있다.

2009년 설립한 조인트벤처(JV) ‘프레시원’이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가 자본력이 필요한 물류센터나, 위생안전 시스템 등 인프라를 제공하고 지역 사업자들이 영업을 담당하는 형태다. CJ프레시웨이는 프레시원 덕에 3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0.6% 상승한 5072억원을 나타냈다.

◇ 출점 규제 탓에 외식진출 한계…돌파구는 식자재

인구감소와 구매력 저하에도 외식시장 성장세가 확대일로라는 점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16년도 식품산업 주요 지표’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 규모는 84조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왜 외식업이 아닌 식자재 사업일까? 대기업 외식브랜드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가 금융당국에 공시한 3분기 보고서에는 이 같은 분위기엔 대한 비교적 솔직한 속내가 적혀 있다. 


신세계푸드는 보고서를 통해 “점포공급과잉에 따른 경쟁심화 등 후진적인 외식산업 구조가 지속된 가운데 대기업의 외식업 신규출점 제한 영향이 이어졌다. 인건비 및 임차료부담이 가중된 점 등도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적었다.
 

84조원에 달한 외식업 시장 규모도 식자재 업계 경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6 프랜차이즈 서울에서 시민들이 음식을 먹으며 프랜차이즈 창업 상담을 받는 모습. / 사진=뉴스1

 

앞서 5월 동반성장위원회는 7개 외식업(한식·중식·일식·서양식·기타 외국식·분식 및 김밥전문점·기타 음식점)에 대해 적합 업종 지정을 3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관련 외식매장은 복합다중시설, 역세권, 신도시, 신상권 지역 등에서만 출점이 가능하다. CJ푸드빌과 이랜드, 신세계푸드, SPC 등이 주요 규제대상이다.

이에 대해 한식 관련 매장을 운영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무래도 출점규제가 많아서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에서 활로를 찾아보자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식브랜드에 식자재를 판매하는 B2B 사업 중요성이 커졌다.

◇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효과 쏠쏠

식자재사업이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식자재 유통시장과 거리를 뒀던 SPC는 그룹 내 식자재 유통사 SPC GFS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최근 SPC는 지주회사 격이던 파리크라상 대표를 지낸 권인태 사장을 SPC GFS 대표이사로 발령했다. 성장 고속도로에 들어선 식자재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3분기까지 SPC GFS의 누적 매출은 68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나 증가했다. 수제버거 열풍을 일으킨 쉐이크쉑 버거에 들어가는 양상추, 토마토 등 신선식품도 SPC GFS에서 조달 중이다.

CJ프레시웨이의 송림푸드 인수 역시 관련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의 시너지를 노린 모습이다.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이번 인수는 고객사와의 협업구조 강화 측면뿐만 아니라, CJ 제일제당의 HMR 사업과도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적자에 허덕이던 대상베스트코는 최근 그룹 구조개편을 통해 식자재와 외식 부문 통합을 꾀하고 있다. 대상은 9월 28일 금융당국 공시를 통해 대상과 대상FNF 등 계열사에 흩어져있던 급식‧식자재유통 사업을 대상베스트코로 일원화하겠다는 복안을 발표했다. 대상FNF의 지난해 매출액은 884억원이다. 박애란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향후 식품사업 전반적인 역량 회복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제조역량까지 키우는 식자재업계…수주경쟁도 격화

업계 내 차별화 경쟁도 다각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눈길 끄는 움직임은 업체들의 제조역량 강화다.

CJ프레시웨이는 매출액 215억원 규모 조미식품 전문회사인 송림푸드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송림푸드는 다양한 소스와 분말 시즈닝, HMR(가정간편식) 등 1000여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400여개 식품제조사를 주요 고객으로 보유 중이다. CJ프레시웨이가 제품 제조 업체를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에 식자재 납품할 때 가장 어려운 게 소스류다. 프랜차이즈 경쟁력은 동일한 맛을 모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직영과 가맹 맛이 달라도 곤란하지 않나. 그동안은 협력공장을 통해 소스 만들어 납품했다. 이제는 직접 인수하니 무기가 하나 생긴 거다. 외연을 넓힐 때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HMR(가정간편식) 제조업으로 활짝 웃었다. 이마트 PB제품은 피코크와 올해 자체 브랜드로 내놓은 올반의 성장세도 도드라진다. 이 덕에 신세계푸드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47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04억원이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세계푸드는 제조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과 실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2015년부터 계열사를 위한 단순 유통사업자의 지위에서 벗어나 HMR 식품을 기획, 생산, 납품하는 제조업체로서의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자재 유통업이 특별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러다보니 유통만 계속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주 경쟁도 격화됐다. 대상베스트코는 지난 24일 본죽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업체 ‘본푸드’와 식자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다만 대상베스트코 관계자는 “급식 부문 계약이다. 아직 외식부문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5월 ‘태양의 후예’로 중국 시장에서 인기가 커진 ‘서래갈매기’의 운영업체 ‘서래스터’를 거래처로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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